'금융판 카카오모빌리티' 나올라..빅테크 저격

박광범 기자 2021. 9. 8.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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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대형기술기업)들의 금융시장 공습에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었다. 특히 금융회사들의 거센 반발에도 '금융혁신'을 통한 소비자 편익 증대란 명분을 내세우며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을 지원했던 금융위원회의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사례에서 보듯 단기적으로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로 소비자들이 혜택을 보는 것처럼 보이나 소비자는 물론 금융회사들이 빅테크에 종속돼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을 수용한 것이다. 금융당국발 규제신호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 급락으로 이어졌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8일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금융서비스를 크게 제한하는 유권해석을 내놓았다. 오는 25일부터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파이낸셜 등 빅테크는 자사 플랫폼에서 보험 뿐 아니라 펀드와 연금 등의 비교 견적 서비스를 못하는 게 핵심이다. 플랫폼기업의 서비스 목적이 정보제공 자체가 아닌 판매인 경우 금융소비자보호법(이하 금소법)상 '중개'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중개'행위를 하려면 금융위에 등록하거나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금융당국의 조치는 빅테크 회사들이 규제를 지나치게 우회해 금융업을 영위하면서 '소비자 보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빗발친 데 따른 것이다. 금융회사들은 상품 설계부터 판매, 마케팅은 물론 지배구조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규제를 받는다.

반면 빅테크 플랫폼 기업은 금융당국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등을 통해 느슨한 규제를 적용 받거나 정식 금융업자로 등록되지 않으면서 금융업을 영위하며 규제 감독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이 때문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평가를 받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네이버의 금융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이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은 후불결제( BNPL, 'Buy now, pay later(지금 사고 나중에 돈 내세요))'다. 현행법상 불가능하지만 금융위가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길을 열어줬다. 금융사가 후불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300명 이상 임직원, 30개 이상 영업점 확보' 등 요건을 갖춰 신용카드업 인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혁신'이란 명분 아래 이 조건을 모두 면제받았다.

조치의 직접적 배경 중 하나는 지난해 7월 네이버파이낸셜이 손보사들과 제휴를 맺고 자동차보험 비교견적 서비스를 추진하면서 판매액의 11%를 수수료로 요구한 것이다. 금융위가 유권해석의 근거로 플랫폼기업이 금융상품 정보를 제공하면서 자사 이용자를 늘리려 영업을 한다는 점과 함께 판매실적에 따라 금융사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것을 제시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플랫폼 회사들이 고객으로부터 직접 돈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금융사로부터 수수료를 받으면 결국 그 부담은 소비자들에게 전가된다고 본 것이다.

네이버파이낸셜 관계자는 "(이 같은 금융당국의 조치에 대해) 발단이 네이버파이낸셜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라며 "현재 금소법에 걸리는 서비스를 영위하고 있지는 않지만 다만 앞으로 사업을 해 나가는 데 있어 금소반 위반 사례들을 참고할 것"이라고 답했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빅테크에 대한 규제 완화가 과도했다고 보고 속도조절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택시 호출요금 인상 시도를 거론하며 "빅테크가 경쟁 없이 독과점적 지위를 갖게 되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빅테크 플랫폼기업의 행태를 보면 한국 재벌이 형성되던 초기의 행태와 유사해 그대로 둘 수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플랫폼기업에 대한 규제 목소리가 커졌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날 '공룡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 : 플랫폼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근절 대책 토론회' 축사에서 "혁신 기업을 자부하는 카카오가 공정과 상생을 무시하고 이윤만을 추구했던 과거 대기업들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가서는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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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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