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유럽에도 반도체 공장.. 뜨거워지는 파운드리 삼국지

겔싱어 "유럽에 공장 2곳 설립"
차량용 반도체시장 정조준 밝혀
美·멕시코 투자 이어 공격 행보
삼성·TSMC와 주도권 쟁탈전

미국 반도체 회사 인텔이 최대 800억 유로(약 110조3000억원)를 투자해 유럽에 반도체 제조시설을 짓는다. 자동차업계를 비롯 산업 전반에 반도체 부족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요국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 함께 삼성전자, 대만 TSMC 등 글로벌 기업들의 시장 쟁탈전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독일 뮌헨에서 열린 자동차 전시회 'IAA 2021'에서 유럽에 새 반도체 공장 2개를 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겔싱어 CEO는 유럽의 공장 신설 계획은 더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겔싱어 CEO는 행사에서 "반도체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새로운 시대를 맞아 대담하고 커다란 사고방식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인텔은 반도체 공급 부족의 최대 피해자인 자동차 업계를 위해 아일랜드 공장의 제조 역량을 차량용 반도체 부문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겔싱어 CEO는 2020년대 말까지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두 배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프리미엄 자동차의 경우 재료비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율이 2019년 4%에서 향후 20% 이상으로 치솟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가 감산을 선언하고, 도요타도 이달 전 세계 생산량을 40% 감축하기로 하는 등 글로벌 주요 자동차 회사들은 반도체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텔이 공개한 이번 유럽 투자 계획은 지난 3월 200억 달러를 들여 미국 애리조나주에 공장 2곳을 신설하고 35억 달러를 투자해 뉴멕시코주 공장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지 반년 만에 나왔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 재진출을 선언한 겔싱어 CEO는 최근 미국과 유럽의 정상들과 잇따라 만나 각국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을 확보하기 위한 로비에 나서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올 들어 삼성전자와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가 각각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은 데 이어 인텔도 미국과 유럽에서 생산 역량을 대폭 확대하기로 하면서 파운드리 시장 주도권 다툼을 위한 글로벌 경쟁이 한층 치열해 질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2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TSMC가 52.9%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삼성전자가 17.3%로 뒤를 추격하고 있다. 인텔은 현재 10위권 밖이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