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상권 살려내자] 고포 돌미역·대게.. "바지게꾼이 온라인으로 단디 보내드립니더"

전혜인 2021. 9. 8. 19:2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6세기 조선 선조시절부터 5일장 명맥 이은 재래시장
'바지게' 시장 명칭은 과거 보부상 '바지게꾼'에서 유래
코로나 이후 온라인몰 오픈해 울진 주민 등에 무료배송
한수원과 사회공헌활동 연계 지역경제 활성화 행사도
울진바지게시장 앞 바지게꾼 동상들이 마스크를 쓰고 손님들을 맞고 있다. <울진바지게시장 상인회 제공>
울진바지게시장. <울진바지게시장 상인회 제공>
울진바지게시장. <울진바지게시장 상인회 제공>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경북 울진 '울진바지게시장'

경상북도의 북쪽 끝 해안도시인 울진은 백두대간의 동쪽에 위치해 위로는 거대한 산맥을, 옆으로는 해안을 끼고 있는 도시다. 1963년 강원도에서 경상북도로 편입된 울진은 양쪽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지역으로, 예로부터 내륙지역과 해안지역 간 물자 교류를 위한 보부상들의 활동이 활발했던 교역의 중심지다.현재 울진군 시가지 중심에 위치한 울진바지게시장도 그 시초를 따라가 보면 16세기 조선 선조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대표적인 재래시장으로, 지금도 마찬가지로 매월 2일과 7일마다 장이 열리는 5일장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경상북도에 남아 있는 5일장 중에서는 가장 규모가 큰 시장이라는 게 바지게시장 상인회의 설명이다.

전통의 재래시장답게 시장의 대표 가게 역시 수십 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전통 있는 식당들이다. 시장 내 가장 유명한 음식점인 '새마을레스토랑'은 관광객뿐 아니라 동네 단골들의 발이 자주 찾는 곳이다. 소박하면서도 푸짐한 팥죽과 메밀묵이 지역민들의 정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게 한다. 칼국수 전문점인데 회국수가 더 유명한 '칼국수 식당'도 있다. 울진 앞바다에서 갓 잡은 자연산 해산물에 사장님이 직접 개발한 비빔장이 일품이다. 두 가게 모두 40여년째 영업을 하고 있다.

이렇게 전통을 지키며 넉넉한 인심을 자랑하는 바지게시장은 지난 2019년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추진하는 문화관광형 전통시장 육성사업 참여시장으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전통을 유지하며 변화를 꾀하는 시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저 '울진전통시장'으로 불렸던 시장이 바지게시장이라는 새 이름을 단 것도 사업 선정을 위해서였다.

'바지게'시장이라는 명칭은 과거 울진시장을 드나들었던 보부상에게서 유래했다. 보부상들은 싸리나무 등을 엮어 만든 바지게를 메고 험한 산길을 뚫고 여러 지역의 특산물과 쌀, 소금 등을 교역하며 '바지게꾼'이라는 별명으로 불렸으며, 이것이 현재 시장 이름의 유래가 됐다. 이제는 울진군 시가지 중심 2만㎡ 면적에 4개 동의 현대식 시설을 갖춘 군내 최대 시장이지만, 여전히 시장 초입에는 이름의 유래가 된 바지게꾼의 동상이 있다. 얼굴 위에 쓰고 있는 하얀 마스크가 코로나19 시대에 전통시장이 생존해야 하는 방향성을 보여주는 듯 하다.

바지게시장은 문화관광형 전통시장 육성사업 선정 후 노후한 시장 설비를 개·보수해 관광객의 발길을 끌고 침체한 상권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관광지와 연계할 수 있는 특화 관광 사업 개발에 힘써 왔다. 이와 관련 울진 후포항 여객선터미널에 울진대게홍보전시관에는 울진과 대게의 특징과 이야기, 대게잡이 과정 등 다양한 볼거리가 많아 가족 단위 관광객이 찾기 좋다. 또 지난해에는 국내 유일의 해양과학 전문 교육·체험기관인 '국립해양과학관'을 개관했다. 지상 3층 규모의 과학관은 바다의 다채로운 모습과 다양한 주제를 담은 10개의 전시구역을 갖추고 있으며 수심 6m 바다 속 풍경을 직접 관찰할 수 있는 해중전망대와 국내 최장 393m 해상 스카이워크가 특징이다. 이외에도 망양정, 불영계곡, 성류굴, 덕구온천, 12령 금강소나무숲길 등 주변 관광지가 인근에 있어 접근성이 뛰어난 것이 바지게시장의 큰 장점이다.

이에 바지게시장은 문화관광형 사업과 연계해 관광객을 끌어올 수 있는 하하하 웃음축제, 온 가족이 무료로 참가할 수 있는 코스프레 퍼레이드, 바지게 동행세일, 여름철에 열리는 야맥 러브러브파티 등 이색 관광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노력해 왔다. 시장 각 점포들 앞에 세워둔 '스토리전시보드'는 상인들을 소개하고 전하고 싶은 말을 전시할 수 있어 관광객들로 하여금 친근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자리가 됐다. 지난해에는 지역 중고생들이 대통령에게 쓴 '손편지 상소문'을 개시해 입소문이 나기도 했다.

특히 울진과 봉화, 영주 지역을 연결하는 과거 바지게꾼들이 넘어다녔던 12령 옛길에서 이름을 딴 '12령 바지게 푸드 먹거리' 사업이 큰 호응을 얻었다. 지역 주민들이 직접 재배한 현지 특산물을 활용한 관광식품자원으로 올해 계획된 경북도민 체전, 내년 부산-강릉 기차노선 개통 등 빅 이벤트 이후 더 많은 인기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바지게시장 역시 지난해부터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피할 수는 없었다. 수도권만큼 확산세가 거세지는 않았으나, 관광객 급감과 이에 따른 시장 침체는 뼈아팠다. 바지게시장은 이를 대처하기 위해 비대면 온라인 판매에 나섰다. 고포 돌미역과 대게 등 지역 대표 특산물을 비롯해 건어물, 수산물, 과일, 반찬, 떡, 곡물 등 실제 시장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온라인쇼핑몰 '바지게몰닷컴'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특히 '워킹-드라이브 스루' 배송을 통해 울진 주민에게는 무료배송을 실시하고 있다. 문화관광형 육성사업은 지난해 종료됐으나, 상인회는 지금도 여전히 온라인 쇼핑몰 운영과 배송을 책임지고 있다.

최근 바지게시장은 지역 내 최대 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의 지역 사회공헌활동에 연계한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수원이 매 명절과 하절기·동절기 등에 진행하는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과 관련해 바지게시장이 중간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수원은 매년 설·추석 명절을 맞아 바지게몰에서 농수산물을 구매해 지역 복지단체에 전달하는 행사를 하고 있으며, 그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 3월에는 한수원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바지게시장에서 1000만원 상당 농수산물을 구매해 울진 8개 복지단체에 전달하기도 했다. 문화관광형 전통시장 육성사업 참여부터 마무리까지 참여해온 조규도 바지게시장 전임 상인회장은 "시장을 살려보겠다는 상인회의 의지가 매우 컸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몰도 그렇고, 한수원 물건 준비도 그렇고 이전에 해보지 않았던 일이라 처음 시작할 때는 상인들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가 더 컸다. 다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먼저 변해야 한다는 상인들의 공감이 이뤄지며 다함께 노력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한수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패키지 제품의 경우에도 원래는 규모가 지금보다 훨씬 작았는데, 믿을 수 있는 품질의 물건을 준비하면서 신뢰를 얻고 점점 사업 규모가 커졌다."

바지게시장은 문화관광형 육성사업 종료 후에도 다양한 사업 참여를 추진하며 시장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통시장 상인회와 상인들에게 인건비 등 행정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전통시장 행복경영매니저 운영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후속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상인회의 기능이 어느 정도 자리잡은 만큼 협동조합 구축을 통해 수익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준비 중이다. 그러나 상인회에서는 이와 같은 상인들의 노력이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아쉬운 부분도 크다고 토로했다. 대표적인 것이 지자체와의 엇박자다.

"시장이 새롭게 도입한 프로젝트들이 아직 자생력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문화관광형 육성사업이 종료됐는데, 상인들이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과 지자체의 지원이 잘 맞물리지 않았다. 특히 배달 같은 경우는 현재 시장에서 전체 부담을 떠맡은 채로 진행하고 있다. 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바우처를 발행하고 밀키트 제작과 패키지 상품 제작 등도 시장 상인회에서 아이디어를 내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다. 이제야 겨우 시작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대로는 추가 지원을 받지 못해 오히려 상인들에게 더 부담이 가중될 것이 우려되기도 한다."

전혜인기자 hye@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