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8학군' 쉐취팡 인기 시들..집값 잡힐까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2021. 9. 8.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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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베이징과 상하이, 선전 등 중국의 주요 대도시에는 서울 강남의 8학군처럼 인기 학군과 거주지역이 형성돼 있다. 이른바 ‘쉐취팡(學區房)’으로 불리는 지역이다. 통상 주거지를 중심으로 근거리 배정 원칙에 따라 진학 학교가 정해지기 때문에 명문 학교를 중심으로 인근에 인기 높은 주거지역이 형성되는 것이다.

그만큼 인기 학군의 부동산 가격이 치솟을 수 밖에 없고, 이는 주요 도시의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하지만 올 들어 쉐취팡의 인기가 급격히 시들해지고 있다. 지역마다 집값 상승과 교육 격차를 야기하는 쉐취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는 데다 최근 정부가 공동부유를 강조하며 교육 불평등 해소에 나선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쉐취팡 열풍이 사그라지고 부동산 시장이 냉각되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때 주변지역보다 70% 이상 집값이 비싸고 거래도 활발했던 대도시 주요 학군의 부동산 거래가 급감했다는 것이다.

WSJ가 인용한 상하이 소재 부동산 리서치업체 이하우스(E-House) 자료에 따르면 베이징과 상하이, 선전, 광저우 등 7개 대도시에서 주요 학군에 자리한 주택 거래 건수는 지난 1월에서 7월 사이 38% 감소했으며, 주택 가격 상승도 정체된 상태다. 일례로 지난 7월 선전의 3개 중심 학군 평균 주택 가격은 1월 보다 15% 떨어졌고, 주택 거래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20% 수준에 그쳤다.

이같은 현상에는 중국의 교육 정책 변화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4월 교육과 쉐취팡 문제를 지적하며 학군 조정 등 교육 정책 변화가 예고됐기 때문이다. 이후 실제 여러 지역에서 관련 대책이 나왔다. 선전시의 경우 지난달 1일 특정 거주지역에서 진학할 수 있는 학군 범위를 넓히고, 교원 순환 근무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이 대책이 발표된 후 선전 중심 학군으로 꼽히는 푸톈구의 아파트 거래량은 2주새 30% 가까이 줄었고, 시세보다 500만위안(약 9억원)이나 싸게 나온 아파트 경매 물건이 유찰되는 일도 있었다. 현지 부동산 중개인은 “새로운 학교 정책이 발표된 후 주택 소유자들이 앞다퉈 집을 내놨다”며 “현재 호가가 10% 정도 떨어졌지만 거래는 크게 줄어든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베이징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베이징시도 지난달 일부 인기 학군의 학군 조정과 교원 순환 근무 방침을 밝혔다. 시 교육 당국의 발표가 있은 후 인기 학군으로 꼽히는 시청구 등의 부동산 거래량이 급감했으며, 거래 가격도 낮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의 한 주민은 “당초 아이의 학교 진학을 위해 몇 년 안에 시청구에 있는 아파트를 사려고 계획 했는데 사정이 달라졌다”며 “아파트 매물 호가가 10% 이상 떨어졌지만 아이가 원하는 학교에 갈 수 없다면 그런 집을 살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간 리 텍사스A&M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중국의 쉐취팡에 대한 단속은 불평등을 해결하려는 더 큰 정치적 목표와 맞물려 있다”며 “그동안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려는 시도가 모두 별 효과가 없었지만 이번 조치는 이전의 시도들보다 더 효과적일 것 같다”고 전망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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