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에 US오픈 우승한 휴이트가 9.11을 기억하다

김홍주 2021. 9. 8.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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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레전드인 레이튼 휴이트(호주)는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2001 US오픈에서 생애 첫 그랜드슬램을 제패한 것과 며칠 뒤에 벌어진 9.11 테러에 대한 기억을 호주의 현지언론을 통해 털어놓았다. 

휴이트는 2001년 9월 9일, 20살의 나이로 뉴욕에서 첫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차지했다. 당시 결승에서 절대 지존이었던 피트 샘프라스(미국)를 스트레이트로 꺾는 돌풍을 일으켰다. 그는 홈코트의 열광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샘프라스를 꺾기 이전에도 전 세계 1위의 예브게니 카펠니코프(러시아) 앤디 로딕(미국) 등을 꺾으며 결승에 진출했다.

이 때의 우승으로 휴이트의 테니스 인생은 빛나기 시작했으며, 그해 휴이트는 세계 1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이랬던 그에게 US오픈 우승 후 이틀 뒤에 벌어진 비현실적인 일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고 한다. 

휴이트는 9.11 테러가 일어나기 몇 시간 전에 뉴욕을 떠났다. 같은 주에 스웨덴과의 데이비스컵 4강전을 앞둔 휴이트는 US오픈 우승 다음날 아침에 전통적으로 행하는 미디어와의 포토슈팅 및 인터뷰를 마치고 10일 밤 뉴욕을 떠났다. 휴이트가 호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고 가는 중에 납치된 2대의 비행기가 세계무역센터 빌딩에 충돌했다.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나는 뉴욕에서 출발하여 로스앤젤레스에서 환승한 후 시드니행 비행기를 타고 있었다. 여행 도중에 몇몇 여자 승무원이 조리실에서 울고 있는 모습을 보았지만 그때는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시드니 공항에 착륙한 후에 기장이 비행 중에 일어난 일을 설명해주는데...충격이었다. 그것은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일이었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 자신이 있던 뉴욕에서 일어난 테러로 인해 뉴욕은 도시 전체가 바뀌어 버렸다. 

"비행기에서 내리기 전에 호주연방경찰들이 탑승하여 여러 장의 용지를 내밀며 서류 작성을 요구했다. 단지 우리가 뉴욕에서 왔다는 이유로 말이다. 공항에서 무엇을 보았는가? 전 세계가 목격한 이 사건이 어떻게 일어난 것인지 아는가? 등의 질문이었다."

휴이트는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불과 이틀 전에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만끽하며 뉴욕에 있었는데...그곳에는 나를 응원해준 팬들이 있는데..." 뉴욕의 지인들이 걱정되고, 그중에는 결승전 응원차 호주에서 직접 날아온 호주축구클럽 웨스턴불독스 선수들도 있었다. 

"그들은 오로지 나의 경기를 보기 위해 호주에서 왔었다. 결승전 후 센터코트에 내려와서 축구공을 차는 세레머니도 하고. 그날 밤 그들과 함께 축하 파티를 했다. 그들은 며칠 더 뉴욕에 머무르며 관광을 할 예정이었다. 더 없이 행복하고 즐거운 상황이었는데 모든 것이 한 순간에 변해버렸다."

휴이트는 시드니 도착 후 US오픈 우승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었지만 모든 스케줄은 취소되었다. 그의 우승은 9.11 테러에 철저히 묻혀버렸다. 그래도 휴이트는 20년 전의 US오픈 결승전이 특별하였다고 말한다. 

"당시 가장 위대한 선수였던 샘프라스와 플레이를 할 수 있었음에 매우 특별했다. 그때 샘프라스는 이미 13번이나 그랜드슬램에서 우승한 대단한 선수였다. 경기 전에는 내가 어떻게 샘프라스의 서비스 게임을 브레이크 할 수 있냐를 생각했다. 나의 서브는 특별하지 않지만 리턴에는 강점이 있었기에 공 하나하나마다 집중하여 상대를 많이 플레이하게 만드는 전략으로 나갔다."

휴이트는 1세트에서 브레이크를 주고받으면서 '최고의 선수를 상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고, 반대로 샘프라스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관중들은 샘프라스를 응원하였지만 휴이트는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이 미국 관중들로부터 사랑 받고 있다고 느꼈다고 한다. 

"뉴욕의 관중들은 내가 필사적으로 플레이하는 것에 대해 인정해주는 것 같았다. 상대가 미국 선수가 아닐 때에는 나를 응원해주고 있다고 느꼈다. 그들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나의 플레이를 좋아했던 것 같다."

글= 김홍주 기자(tennis@tenni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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