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릿 우먼 파이터 ㅣ기싸움 NO! 실력자들의 쿨한 대결 ①

아이즈 ize 조이음(칼럼니스트) 2021. 9. 8.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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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조이음(칼럼니스트)

사진출처=Mnret '스트릿 우먼 파이터' 방송 화면 캡처

다양한 주제로 다양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탄생시켰던 Mnet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또 하나의 획을 그었다. 제목부터 강렬한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 예고편만으로도 춤 잘 추는 센 언니들의 기 빨리는 대결을 연상시켰던 이 프로그램은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보다 더 따뜻하고 감동적일 수 없는' 기대 이상의 이야기로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

방송 전 '스우파'를 향한 시선은 그리 곱지(?) 못했다. '여성 댄서들의 춤 대결'이라는 주제, 함께 한 시간을 뒤로 한 채 갑작스럽게 탈퇴를 선언한 후배들과 이를 통보받은 선배가 7년 만에 마주하는 무대, 같은 곡의 안무 의뢰를 받고 성패가 갈렸던 과거를 나눈 두 크루, 배틀에서 단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상대와의 재대결, 방송 출연으로 유명해진 댄서와 그를 보는 주변의 시선 등등, 출연자들의 다양한 서사가 Mnet 서바이벌 프로그램 특유의 '논란의 재물'이 될 것이란 예상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평온하게 하루를 마무리할 생각으로 마주한 예능에서 짐작조차 어려운 댄스 배틀이 벌어지고, 서로가 '나 잘났다'고 자랑하는 프로그램이라니, 상상만으로도 피로도를 높였다. 여기에 랩 배틀처럼 의미를 곱씹을 수 있는 무언가도 없고, 노래방처럼 조건에 맞춰 점수가 나오는 것도 아니지 않나. 댄스 배틀은 오로지 보는 이의 주관에 따라 승패가 갈릴 수 있기에, 내겐 '보고 싶지 않은' 프로그램으로 분류됐다.

사진출처=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 방송 캡처

그러나 우연히 마주한 '스우파' 속 여성 댄서들의 열정적인 몸짓은 어느새 나를 배틀 무대 관람석으로 끌어들였다. 코로나19 탓에 그들이 내뿜는 뜨거운 열기의 현장에 함께할 순 없지만, 내 집 소파에 앉아 편안한 복장과 자세로 대단한 춤꾼들의 퍼포먼스를 함께 즐기며 화요일을 마무리하는 평안함은 행복할 정도였다. 오히려 '이렇게 대단한 퍼포먼스를 이렇게 편하게, 공짜로 관람해도 되는 걸까' 다시 한번 생각게 했다.

예고편 등으로 공개됐던 출연진들의 낚시용(?) 발언은 본 방송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다. 아니, 같은 장면이 나와도 앞뒤 상황이 함께 펼쳐지기에 오해의 여지도 남기지 않았다. 문제적 출연진, 착하지만 실력은 부족한 출연진, 눈물의 배틀을 통해 성장하는 출연진 등, 인물마다 캐릭터를 부여하고 서사를 풀어갈까 싶었던 첫 회조차 배틀 결과를 궁금케 하는 감초 역할을 했을 따름이다. 서로 머리채라도 잡는 건 아닐지, 대기실에서 난장판을 만들지 않았을지 가슴 졸이게 했던 여러 번의 댄스 배틀은 저지의 결정을 깔끔하게 받아들이고, 승자에게 박수를 보내는 모습, 상대방의 성장에 만족하고 서로를 격려하는 모습으로 마무리됐다.

제작진이 '기싸움'이라는 화려한 포장지로 감췄던 '스우파'의 가장 큰 무기는 여성 댄서들의 춤을 향한 진심과 상상 이상의 실력이다. 샤이니 태민, 박재범, 트와이스, 청하, 블랙핑크 등등 출연진들이 탄생시킨 안무는 'K-댄스'라는 이름으로 한국을 넘어 세계적 사랑을 받고 있다. 이처럼 화려한 이력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여덟 크루(프라우드먼, YGX, 라치카, 코카N버터, 훅, 웨이비, 원트, 홀리뱅)의 실력을 증명한다. 같은 안무를 춰도 각각의 색으로 소화하고, 같은 곡의 안무를 맡아도 크루만의 개성이 드러나는 이들. 때문에 어떤 노래가 주어져도, 누가 춤을 춰도 눈을 뗄 수 없다.

사진출처=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 방송 화면 캡처

물론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만큼 댄서들 간의 경쟁은 피할 수 없다. 대결 전부터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승기를 챙기기 위해 벌이는 기싸움은 심장을 쫄깃하게 한다. 다만 이는 상대를 찍어 내리기 위한 '승리를 좇는' 마음보다는 '내로라하는' 자신의 실력을 자신 있게 드러내는 과정이다. 특히 첫 화부터 펼쳐진 '약자 지목 배틀'이라는 냉정한 룰은 자칫 댄서 개개인의 자존심을 챙기기 위한 싸움의 판이 될 수 있었지만, 의미를 달리하며 색다른 서바이벌로 둔갑시켰다. 출연진은 '내가 이길 수 있는 상대'를 향한 도전의 장보다 지금까지 무수했던 배틀에서 단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던 상대에게 재대결을 신청하고,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스승과 마주하는 무대로 만들었다. 누구보다 '춤'에 진심인 이들이기에 배틀을 앞두고는 서로 으르렁거리며 자신의 승리를 생각하지만, 막상 배틀이 끝난 후엔 상대에게 손을 내밀어 주고, 잘했다며 등을 토닥인다.

대결 무대에는 파이트(fight)라는 단어가 붙지만, 댄서들은 표현법이 각기 다른 몸의 언어로 대화하며 자웅을 겨룬다.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승패를 가리고,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하는 모습은 지금까지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다. '스포츠맨십'까지 갖춘 댄서들이 펼치는 무대에는 춤을 향한 이들의 진심이, 경쟁 이상의 따뜻함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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