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릿 우먼 파이터 l 여성을 위한 진짜 싸움판 ②
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가 인기를 얻으면서 "'언프리티 랩스타'의 댄스 버전"이라는 평가가 자주 언급되곤 한다. 여자, 배틀 등의 교집합이 두 프로그램을 자연스럽게 공통의 분류로 인식하게 만들어서다. 하지만 '스우파'는 '언프리티 랩스타'와는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여성의 힙합에 대한 '언프리티 랩스타'의 접근은 외모를 수식하는 '프리티'라는 단어를 썼을 때부터 이미 이상한 판단 기준을 보여줬다. 그러나 '스우파'는 단순명료한 제목처럼 '춤추는 여성의 모습'에 집중한다.
첫 배틀로 진행된 '노리스펙' 1대1 미션에서 다수의 참가자들은 쉬운 상대일 것 같다는 이유로 걸그룹 아이즈원 출신 이채연을 배틀 상대로 골랐다. 한 참가자는 이채연을 두고 "크루 중 제일 약자"라며 거침없는 언사를 뱉기도 했다. 방송 초반 이채연에게 드러낸 참가자들의 적의는 빼어난 외모나 아이돌 출신이라는 질투 때문이 아닌 '춤에 대한 의도가 다르다'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한다. "아이돌과 댄서는 다르다"고 말했던 프리드우먼의 리더 모니카의 말처럼 많은 참가자들은 이채연을 자신들과 같은 부류로 여기지 않는다. YGX의 리더 리정이 이채연을 배틀 상대로 지목했을 때도 "용기 낸 건 리스펙하지만 여긴 내 공간"이라는 이유를 든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호기에 찬 그의 말처럼 압도적인 기량 차이로 이채연을 이겼다. 이 광경을 보며 절로 든 생각은 "댄서는 댄서"라는 것이다.
배틀 상대를 고르거나 상대 크루를 평가하는 참가자들의 모습은 '스우파'가 출연자를 평가하는 기준을 보여준다. 아이돌인 이채연부터 다수 참가자들의 춤선생이었던 맏언니 모니카까지, 모든 참가자는 자신의 배경과 외모 대신 한 명의 댄서로서 평가받고, 실력에 따라 평판이 갈린다. 물론 Mnet 서바이벌에서 빠지면 섭한 갈등과 눈물도 있다. 선생과 제자였던 립제이(프리드우먼)와 로잘린(원트), 한솥밥 먹던 허니제이(홀리뱅)와 리헤이(코카앤버터)의 불편한 지난 사연을 들추며 갈등을 부추기지만, 질투 따위의 시덥잖은 구도가 아닌 춤으로 결판내는 댄서들의 프로페셔널함을 보여준다.
이것이 유독 여성 시청자들이 '스우파'에 열광하는 지점이다. '스우파'는 여성 댄서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면서, 프로 세계에 있는 여성들을 응원하는 찬가이기도 하다. 여자들의 경쟁을 질투나 시기 따위로 치부하는 '여적여'(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혐오 단어를 단숨에 머쓱한 것으로 만든다. 여자임을 부각하기보다는 온전히 댄서로서 경쟁에서 춤으로 싸우고 살아남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런 과정을 통해 몇몇 참가자들의 실력은 대중에게 화제가 되고, 이것이 프로그램 인기에 영향을 준다. 지금 '스우파'는 인기와 화제를 동반한 최고의 쇼로 평가 받는다. 젊은층 사이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D.P.'와 '스우파'를 안 본 사람은 대화에 끼지 못한다는 웃지 못할 짤까지 나돌 정도다.
그렇다고 '스우파'를 마냥 치켜세우는 건 아니다. 난다 긴다하는 전문 댄서들의 심사를 보는 저지 선정의 기준이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NCT 태용을 앉혀놨다는 건 참가자들에 대한 제작진의 존중에 의문을 들게 한다. '스트릿 맨 파이터'였다면 태용이 과연 그 자리에 올랐을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입을 떡 벌리며 환영했던 보아 때와 달리 태용의 등장에는 미동도 하지 않던 에이치원(라치카)의 상반된 표정은 전 참가자들의 속마음을 대변한 것만 같았다. 태용의 춤 실력은 물론 출중하지만, 자격을 논한다면 꽤나 복잡한 심리가 얽힌다. 아이돌 중에서도 춤 잘추기로 평판난 이채연을 두고도 "우리완 다르다"고 논하던 참가자들이었는데 남성이라고해서 그 생각이 달라질까. 제3자인 시청자가 봐도 아이러니한 이 상황에 제작진의 의중은 다소 빤해서 찝찝하다. 바로 남성의 것을 우위로 두는 은연의 기제다.
그럼에도 흥미로운 이 쇼는, 참가자들을 띄우든 울리든 그 기준만은 춤 실력으로 삼고 전문적인 영역에 집중해 재미를 끌어낸다. 그 결과 상대에게 욕설을 퍼붓거나 외모를 비하하는 것을 관전 요소로 삼았던 '언프리티 랩스타' 때와 달리 뒷맛이 개운한 재미를 선사한다. 적어도 지금까지 '스우파'가 보여준 서사는 불편한 요소가 거의 배제된 건강한 배틀에 가깝다. 그리고 참가자들이 보여준 지금까지의 태도라면 끝도 아마 그럴 듯 싶다. 오랜만에 여성을 위한 진짜 싸움판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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