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잇단 외교 이벤트 속 9·9절 北 동향 예의주시

유엔 동시가입 30주년, 9·19 평양공동선언 등 文 대북 구상 주목
왕이 내주 文대통령 예방..베이징올림픽 초청 시 남북정상회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한 후 악수하고 있다. 2018.9.19 /뉴스1 © News1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김상훈 기자 =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방한을 시작으로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 제76차 유엔총회 등 굵직한 외교 이벤트들이 연달아 예정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통해 남북 대화 재개 모멘텀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쳥와대는 이달 잇단 외교 이벤트가 몰린 만큼 남북 화해무드 조성의 적기로 보는 한편, 당장 오는 9일 북한 정권수립 기념일(9·9절)을 맞아 북한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8일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우리 정부는 이달 연이어 진행되는 외교 이벤트를 통해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강조할 계획이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일련의 외교 일정을 예의주시하며,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다지는 분위기다.

먼저 오는 14~15일에는 왕이 부장의 공식 방한이 예정돼 있다. 이 기간 왕 부장은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가진 뒤, 청와대를 찾아 문 대통령을 예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담에서 최근 북한 영변 핵시설 재가동 등 북핵 문제와 남북대화 등 한반도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또 내년 2월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한국의 지지와 문 대통령의 초청을 제안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14일 일본 도쿄에서는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가 열린다.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만나 대북 인도적 지원 등에 대한 논의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앞서 김 대표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한 노 본부장은 지난달 31일 "북한이 호응해 온다면 언제든 추진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것이 한미의 공통된 입장"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오는 17일은 남북이 유엔에 동시 가입한 지 30주년 되는 날이다. 문 대통령은 올 초 신년사에서 남북 유엔 동시가입 30주년과 관련, "한반도 평화와 번영이 국제사회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남북은 손잡고 증명해야 한다"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이틀 뒤인 19일은 9·19 평양 공동선언 3주년이다. 당시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 위협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21일(현지시간)에는 제76차 유엔총회가 예정돼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7년 이후 2019년까지 3년 연속 유엔총회에 직접 참석했으며,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화상으로 기조연설을 했다.

임기 마지막 참석이 될 이번 유엔총회에서도 문 대통령은 기조연설을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 의지를 호소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75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영상으로 전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0.9.22/뉴스1

청와대 안팎에선 우리 정부가 지속적으로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강조하며 긍정적 신호를 보내고 있는 만큼, 내년 초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남북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나온다.

현재 우리 정부 입장에선 남북 경색 국면이 장기화되고 있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견인할 중국의 지원 사격이 절실한 상황이다. 중국도 최근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등에서 중국 내 인권탄압 문제를 이유로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기류가 감지되고 있어 문 대통령과 같은 고위급 인사를 초청하는 게 급선무로 꼽힌다.

북한 역시 왕 부장 방한 계기 한중 외교장관회의 및 문 대통령과의 회담 등을 면밀히 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뉴스1 통화에서 "도쿄올림픽을 봐서 알겠지만, 중국도 사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문 대통령이나 김 위원장이 온다고 하면 올림픽 자체도 주목받겠지만, 남북정상이 만나 세계적 관심을 끄는 그림도 중국 입장에선 좋은 카드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권수립 73주년을 맞는 9·9절이 남북 대화 흐름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간 북한이 주로 이 기념일을 기점으로 대대적인 열병식, 무력시위 등으로 긴장관계를 고조시켰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에는 9·9절에 맞춰 제5차 핵실험을 감행하기도 했다.

올해 역시 평양에서 대규모 열병식이 강행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9·9절을 하루 앞두고는 중국 등 주변국 언론사에 열병식 초청장을 배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9·9절 열병식 등은 한미의 정보당국이 긴밀한 공조 하에 관련 동향을 면밀히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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