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잡으려면 T세포에 주목하라

이정아 기자 2021. 9. 8.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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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변이 등장, 시간 지나면 사라지는 항체 대신 수년간 살아남는 T세포 새롭게 지목"
최근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가 등장하고 백신 효과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소하면서 전문가들은 코로나19를 퇴치하려면 중화항체가 아닌 T세포에 주목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사진은 T세포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공격하는 것을 나타낸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바이러스 가운데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가 등장하면서 백신의 효과가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접종 후 시간이 오래 지날수록 백신으로 얻은 중화항체가 점점 사라져 약 6개월 뒤에는 추가접종(부스터샷)이 필요하다는 정부의 공식적인 방침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를 확실히 퇴치하려면 면역세포의 하나인 T세포에 주목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T세포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면 면역능력을 오래 지속할 수 있고 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중증화로 이어지는 일을 막을 수 있어서다. 

T세포는 다른 면역세포인 B세포가 항체를 대량으로 만들 수 있도록 돕거나(도움T세포), 바이러스에 이미 감염된 세포를 찾아 재빨리 죽인다(킬러T세포). 백신을 맞으면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와 함께 T세포가 생긴다. 그래서 추후 실제로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오더라도 면역계가 이를 기억해 반응한다. 항체가 바이러스가 세포를 감염시키는 일을 막는다면 T세포는 이미 감염된 세포를 찾아 죽이는 일을 한다.

이전까지는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효과가 주로 중화항체가 생성된 정도(항체역가)로만 평가됐다. 신의철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KAIST 전염병대비센터 센터장)는 "최근 항체만으로는 코로나19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T세포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며 "항체는 수개월이 지나면 사라지는 데다 최근에는 항체를 피하는 능력을 가진 변이들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T세포는 수년간 살아남아 지속적으로 특정 병원체에 대해 기억하고 싸운다"며 "감염 세포 자체를 공격하기 때문에 중증화로 번지는 일을 막는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팀은 지난 6월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 정혜원 충북대병원 감염내과 교수팀과 함께 코로나19 완치자들이 10개월 이상 코로나19를 기억하는 T세포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감염 후 증상의 심각도와는 관계 없이 완치자들 대부분이 T세포를 갖고 있었고, 완치 10개월 뒤에도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만나면 활성화했다. 연구팀은 기억T세포의 일부가 줄기세포처럼 증식능력과 분화능력, 재생능력이 뛰어나 중화항체가 줄더라도 코로나19에 대한 면역력이 지속된다는 것도 알아냈다. 신 교수는 "T세포의 수명이 긴 점을 이용해 중증도를 완화시키는 방향으로 예방이나 치료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생기는 T세포는 대개 수년간 지속된다. 듀크-싱가포르국립대 의대 연구팀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03년 유행했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완치자들은 17년이 지난 지금도 사스를 기억하는 T세포를 갖고 있다. 코로나19는 유행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후속 연구를 통해 10개월을 넘어 수년 이상 유지되는 코로나19 기억T세포도 나타날 수 있다. 

지난 달에는 바이러스에 실제 감염되지 않고 백신 접종만으로도 코로나19를 충분히 이겨낼 만한 T세포가 생긴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면역학연구소팀은 코로나19 미감염자와 감염 후 완치자에게 화이자 또는 모더나 백신을 맞게 한 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T세포 수치를 비교했다. 그 결과 완치자는 백신 1회 접종만으로도 도움T세포와 킬러T세포 수치가 모두 원래보다 증가했다. 반면 코로나19에 대한 T세포가 없었던 미감염자는 1회 접종 후 도움T세포가, 2회까지 접종한 후 킬러T세포가 다량으로 생겼다. 

재미있는 사실은 백신 접종으로 생겨난 T세포 유형 가운데 자연 감염으로 생기는 T세포와 유사한 것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존 웨리 면역학연구소장은 "백신 접종으로도 코로나19를 충분히 이겨낼 만큼 강력한 T세포가 생겨난다는 뜻"이라며 "후속 연구로 이 T세포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 알아내 확실한 치료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이뮤니티' 8월 12일자에 실렸다.

신 교수는 "중화항체에만 초점을 맞춘 전략은 코로나19 대유행에 대처하기에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며 "T세포를 활용하면 중화항체를 피하는 다양한 변이바이러스가 등장하더라도 중증화를 예방하고 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아 기자 zzung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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