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통령 "대법원에 승복 안 해" 지지군중에 호소..일부는 대법원 진입 시도도

이윤정 기자 2021. 9. 8.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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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브라질 상파울루 도심에서 7일(현지시간)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여 시위를 벌이고 있다. 상파울루|AP연합뉴스

브라질 주요 도시에서 7일(현지시간)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지지자들 수십만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수도 브라질리아에서는 시위대가 대법원 진입을 시도하는 등 갈등이 격화됐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직접 시위현장에 나와 자신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대법원을 맹렬히 비판했다.

이날 수도 브라질리아와 상파울루 등 대도시에서 열린 집회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브라질의 독립기념일을 맞아 지지자들에게 거리시위에 나서라고 촉구하면서 대규모로 진행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대통령이 지난 1월 6일 국회의사당 난입을 선동한 것과 비슷한 폭력시위 선동을 하고 있다는 비난 속에 일부 지지자들은 대법원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 측은 상파울루 도심에 200만명 군중이 모일 것이라 예측했지만, 상파울루 당국은 참가자 규모를 12만5000명으로 추산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날 브라질리아 시위 현장에 나와 지지자들을 향해 “대법원과 알렉산드레 데 모라에스 대법관의 최근 판결이 정치적인 체포자를 양산하고 있다”면서 “내년 대선에서 전국선거위원장을 맡게 될 모라에스 대법관의 판결에 더 이상 승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상원에게 모라에스 대법관을 탄핵할 것을 요구하면서 그러지 않으면 자신이 내년 대선에서 패배해도 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전자투표의 부정선거 가능성을 언급하며 지지층을 선동해왔다. 지난달 의회에서 전자투표 대신 투표용지를 사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헌법개정안이 부결되자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내년 대선에서 전자투표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이에 브라질 법원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가짜뉴스를 퍼뜨리면서 사전 선거운동을 하는 것으로 보고 피선거권 박탈까지 검토하고 있다.

자신을 겨냥해 조사를 벌이고 있는 대법원을 폐쇄하고 군이 정치적 개입을 해야한다고 주장해온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날 과거 군사독재시대를 그리워하는 듯한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연설이 끝나자 과격 시위대는 세 차례나 바리케이드를 넘어 대법원에 진격하려 했고, 경찰은 결국 최루가스를 쏘면서 시위대를 쫓아냈다.

상파울루 집회에서도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환호하는 군중들에게 “내가 브라질에서 재선이 되지 못하게 막는 자들에게 고한다. 나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신 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내게는 감옥에 가거나 살해되거나 승리하는 3개의 선택 뿐이다. 하지만 악당들에게 고한다. 나는 절대로 감옥에 가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상파울루 도심에서 열린 친정부 시위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상파울루|AP연합뉴스


코로나19 대응 실패에 부패·비리 의혹, 헌법 무시 등으로 ‘남미의 트럼프’로 통하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근 20%대로 곤두박질쳤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지지율은 내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좌파 대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의 절반 수준이다. 브라질 사회정치경제연구소가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현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한 부정 평가(63%)는 긍정 평가(29%)의 2배를 웃돌았다.

정치 전문가들은 궁지에 몰린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극우 포퓰리즘 전략을 답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브라질리아 대학 정치학과의 파울루 칼몬 교수는 이날 보우소나루 대통령 지지 시위를 두고 “현재 벌어지고 있는 폭력시위와 국가 기본제도에 대한 도전은 브라질 역사상 초유의 사건”이라고 우려했다. 정치평론가 토머스 트라우만은 “보우소나루는 오늘 루비콘강을 건넜다”면서 “법치주의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거나 내가 좋아하는 법만 받아들이겠다고 말하는 대통령은 있을 수 없다. 이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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