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끝없는 逃走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2021. 9. 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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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 1회전 제4국 <흑 6집반 공제·각 3시간>
白 쉬자위안 九단 / 黑 원성진 九단
본선 1회전 제4국 <흑 6집반 공제·각 3시간> 白 쉬자위안 九단 / 黑 원성진 九단

<제10보>(110~119)=원성진이 마지막으로 랭킹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것은 32세이던 2017년이었다. 2019년 말엔 20위 밖으로 밀려나는 수모까지 겪었다. “TV 해설자 전환 등을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승부의 행복감을 도저히 포기할 수 없어 ‘선수 생활’을 계속했다.” 36세가 된 원성진의 랭킹은 지난달 5위를 거쳐 현재 8위. 바둑계에서 유례가 드문 ‘역주행’이다.

우하귀에서 시작해 중원으로 뻗어나간 백 대마가 위태롭다. 세계적 고수들 간의 국제 대회서 이처럼 일방적으로 쫓기는 미생마를 구경하는 것도 오랜만이다. 무려 16분 고심 끝에 백이 선택한 탈출구는 110. 하지만 검토실과 AI 모두로부터 동의를 얻지 못했다. 대마가 살더라도 111의 곳을 빼앗기면 패배가 뻔하므로 옥쇄 작전으로 가야 했다는 것.

참고도를 보자. 1 이하 6까지 교환한 뒤 7로 이으면 백 대마 전체가 사경에 빠지게 된다. 따라서 7을 일단 보류하고 본체만 탈출한 뒤 끝내기 때 연결을 노려야 했다. 끝없는 도주 끝에 118까지 가까스로 사지를 벗어난 듯했는데, 흑은 여기서도 119란 짜릿한 급소를 보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백은 이 장면에서 초읽기에 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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