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경의행복줍기] 단독주택에서 사는 법

- 2021. 9. 7.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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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연이가 오랫동안 살던 아파트를 팔고 마당 넓은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갔다.

평소에 연이는 조용하고 의존적인 성격이라 낯선 환경에 적응도 문제지만 아무래도 손이 많이 가는 단독주택에서의 생활이 녹록지 않을 듯싶기 때문이었다.

어느 날 연이는 자신의 변화를 친절하게 설명했다.

지금 우리가 어떡하든 빨리 벗어나고 싶어 애쓰는 코로나19 상황은 친구 연이가 단독주택으로 이사 가서 부딪히는 낯선 상황과 감히 비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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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연이가 오랫동안 살던 아파트를 팔고 마당 넓은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갔다. 길들여진 편리함을 과감하게 내던진 용기에 대해 친구들은 칭찬보다는 우려를 표시했다. 평소에 연이는 조용하고 의존적인 성격이라 낯선 환경에 적응도 문제지만 아무래도 손이 많이 가는 단독주택에서의 생활이 녹록지 않을 듯싶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연이가 확 달라졌다. 적극적이고 활달하고 다른 사람을 보는 것 같았다.

어느 날 연이는 자신의 변화를 친절하게 설명했다. 아파트에 살 때는 웬만한 일은 관리실에다 전화 한 통 하면 다 해결됐는데 단독주택에서는 뭐든 스스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무슨 일이든 귀찮아하고 누군가가 해주겠지 하는 습성이 있어서 처음에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낯선 상황에 놀라서 애써 모른 척했는데 문제가 점점 커져서 정신이 번쩍 났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연이가 해결한 것이 참 많았다. 동네 구조가 대문만 열면 바로 길인데 주택가 골목이라고 자동차가 속력을 줄이지 않았다. 연이는 어린아이들이 무심코 뛰어나오면 위험할 듯싶어서 구청에다 과속방지턱을 해달라고 민원을 넣었고 동네사람들의 동의서를 받아서 과속방지턱을 만들었다.

아침마다 어느 집인지 개가 한 시간 이상 쉬지 않고 요란하게 짖었다. 동네 시끄러워 못살겠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한숨처럼 터져 나왔지만 딱히 해결책이 없는 듯했다. 연이가 알아보니 개가 요란하게 짖는 건 맞벌이하는 부부가 출근하고 아이가 등교하느라 집이 텅 비어 있는 순간부터 외로워서 그런다는 것이다. 연이는 개 주인과 상의를 해서 동갑내기 개를 한 마리 구해 주었다. 친구가 생겨서인지 개 짖는 소리가 훨씬 줄어들었다.

어느 날 한밤중에 요란한 기계음이 계속 들려왔다. 연이는 자신의 신고를 받고 나온 경찰과 함께 소리 나는 곳을 찾아보니 동네 입구 초등학교 화장실이었다. 대형 팬이 고장 나서 나는 소리였다. 다음날 바로 교체했다. 만일 그대로 방치했다면 팬이 튕겨 나가서 인명 사고도 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우리는 연이의 이야기를 듣고 “매사에 소극적이고 무덤덤한 네가 웬일이니?” 놀라며 물었다. 연이의 대답은 간단했다.

“아무도 안 하면 안 되니까. 누군가가 해야 된다면 내가 하는 게 빠르고 속 편해서.”

연이는 주변 일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해결방법도 떠오른다고 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문제와 부딪히고 해결해야만 한다. 안타깝게도 피할 수가 없다. 지금 우리가 어떡하든 빨리 벗어나고 싶어 애쓰는 코로나19 상황은 친구 연이가 단독주택으로 이사 가서 부딪히는 낯선 상황과 감히 비교할 수 없다. 바다에서 밀려오는 큰 파도를 개울가 작은 물살과 어찌 비교하랴. 하지만 견디어 내고 극복하려는 마음가짐은 같지 않을까? 지금 꼭 필요한 걸 내가 먼저 하면 된다.

조연경 드라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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