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또 '낙하산·보은 인사'인가
잘못된 의사결정 고스란히 국민이 부담
정권 창출에 기여한 사람에게 공직을 나누어 주는 정치권의 행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 관행은 민주적 정치과정에서 사라져야 할 19세기적 엽관제라 할 수 있다.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장이나 감사 자리는 최소 1억원 이상의 연봉과 그 이상의 업무추진비가 지급돼 적어도 한 자리당 최하 3억~4억원의 예산이 필요하고, 비서와 운전기사, 차량 등이 제공된다. 그런 자리에 자격과 능력, 경력과 실적이 없거나 부족한 사람이 임명되면 당사자에게는 먹고사는 일자리가 주어져 좋겠지만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하던 황현선씨를 약 20조원 규모의 뉴딜펀드를 운용할 한국성장 금융투자운용 2본부장에 내정한 것이다. 수십 억원 규모의 펀드라도 이를 운용할 인력은 기본적으로 펀드매니저 자격증과 상당 기간의 경력을 포함해 높은 전문성이 요구된다. 그런데 아무리 세금으로 조성된 국민 돈이라지만 20조원을 운용하는 본부장에 전문성과 능력이 입증되지 않은 친정권 인사를 갖다 앉힌 것이다. 그것도 조직개편을 통해 없던 자리까지 새로 만들어서 말이다.
문재인정부 인사의 금융권 낙하산은 이뿐이 아니다. 지난 8월에는 천경득 전 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금융결제원 상임감사 자리를 차지했고, 민병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년 초 보험연수원장 자리를 차지했다.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 참여했던 정희수 전 의원도 생명보험협회장 자리를 차지했다. 낙하산들이 금융계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보수가 높기 때문이다. 높은 보수를 주는 것은 그 자리에 앉은 사람이 그만큼 높은 전문성에 입각한 판단력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인데, 전문성은커녕 자격증도 없고 능력도 검증되지 않은 인사를, 그것도 임기 말에 집중적으로 내려보내는 것은 권력의 사유화를 의미한다. 또 그렇지 않으면 그 자리에 임용됐어야 할 사람의 기회를 빼앗았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해 온 공정과 정의라는 가치와도 정면으로 충돌하는 일이다.
낙하산 보은 인사의 문제는 중앙정부에 그치지 않는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민선 7기 경기도지사에 취임한 직후인 2018년 9월 초, 경기도 공공기관장 인사에서 ‘성남시’와 ‘인수위원회’ 출신 인사를 대거 기용해 낙하산 논란을 자초했었다. 얼마 전에는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를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내정했다가 논란 끝에 황씨의 사퇴로 끝났다.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유사 사례가 17개 광역자치단체에 무수히 많을 것이다.
선거에서 신세를 진 사람에게 공공기관 임원 자리로 빚을 갚는 관행이 없어지지 않는다면 공기업과 공공기관은 앞으로도 낙하산 보은 인사로 채워질 것이 뻔하다. 언제까지 이런 후진적 인사를 계속할 것인가. 공공기관 인사를 개혁하지 않으려면 더 이상 공정과 정의를 입에 담지 말아야 할 것이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 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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