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겼지만 최종예선 만만찮을 예고편 [김대길의 리플레이]

[스포츠경향]

7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대한민국 vs 레바논 경기에서 한국의 권창훈이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수원|권도현 기자

승점 3점을 챙겼지만, 이어질 최종예선 여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예고편같은 경기 내용이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지난 이라크전과는 달라진 공격 패턴을 들고 나온 점이 두드러졌다. 5명의 수비를 두면서 내려앉은 레바논을 상대로 지속적으로 측면을 공략했다. 사이드백 홍철, 이용은 날개 공격수같은 움직임을 보여줬다. 측면이 막히면 황희찬, 나상호, 이재성, 조규성 등이 중앙으로 파고들면서 다양한 공격 루트를 보여줬다. 중앙 수비수 김민재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도 상대에게 혼선을 주는데 성공한 카드로 평가할 수 있다.

골이 나오지 않아 답답한 흐름도, 비교적 후반 빠른 시간에 권창훈의 득점이 나오면서 어렵게 골 갈증도 풀었다. 그렇지만 골 결정력에서는 여전히 아쉽다. 사실 홈에서 만난 이라크, 레바논 정도의 전력이라면 상대 골문을 확실하게 공략할 수 있는 공격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밀집수비를 극복하면서 골을 만들어낼 약속된 패턴을 지속적으로 연습하지 않았다는게 고스란히 드러났다. 측면 크로스의 정확도는 무뎠고, 크로스 타이밍에 공간을 만들어내는 공격수들의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조규성은 열심히 뛰었지만 역할에는 다소 의문이 들었다. 공중볼을 경쟁하기 위한 카드인지, 2선에서 짧은 패스를 통해 찬스를 만들기 위한 기용이었는지 알 수 없다.

벤투 감독의 빌드업 축구는 아직 미완성이다. 전술적으로는 중앙에서 세밀한 플레이에 강한 개인 능력이 뛰어난 선수를 필요로 하는데 아직 그 해답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경기 도중 상대 수비의 면역성만 키워주는 상황을 만든다. 단조로운 공격에 상대 수비진들이 분석하고 빠르게 대응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 공격수들이 수비벽을 허무는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다. 밀집수비와 압박을 깨기 위해서는 팀 스피드가 더 올라와야 한다. 황희찬-권창훈의 골 장면과 같은 상황을 조금 더 자주 연출했어야 한다.

벤투 감독이 부임한지 3년이 넘었다. 레바논전에서 다양한 공격 루트를 시험하면서 변화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완성도 측면에서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앞으로 만날 이란, 아랍에미리트는 이라크, 레바논과는 다른 상대다. 또 중동 원정길도 쉽지 않다. 벤투호가 최종예선에서 첫 승리를 품에 안긴 했지만, 반대로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위해서는 많은 숙제를 확인한 경기였다.

스포츠경향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