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못죽여 한"이라더니 1주일만에 "사죄".. 흉악범의 극과 극 퍼포먼스, 왜?

강우량 기자 2021. 9. 7.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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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와 그 이웃, 가족분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전자 발찌를 훼손하고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강윤성./오종찬기자, 장련성 기자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끊고 여성 2명을 연쇄 살해한 전과 14범 강윤성(56)씨는 7일 검찰 송치 전 서울 송파경찰서 앞에서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했다. 1주일 전 “더 못 죽여서 한(恨)”이라며 취재진의 마이크를 발로 걷어차던 모습과는 180도 달라진 것이다. 그는 지난 5일엔 수감돼 있던 서울 송파경찰서 유치장에서 “모포를 바꿔달라”고 요구한 뒤, 경찰이 문을 열자 이들을 밀치고 욕설을 퍼붓는 등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다시 카메라 앞에 서자 “잘못했다”고 한 것이다.

강씨를 비롯해 ‘노원 세 모녀’를 살해한 김태현(25) 등 최근 흉악범들이 카메라 앞에서 여론을 의식한 ‘퍼포먼스’를 벌이는 모습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 범죄 심리 전문가들은 ‘죄의식과는 거리가 먼, 철저히 계산된 행동’이라고 말한다.

강씨가 마이크를 걷어찬 폭력적 모습에 대해,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그의 모든 행동은 계획적”이라며 “사형을 선고받더라도 실제 집행되지 않으리란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교도소 내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주기 위한 행동을 한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1997년 이후로 집행하지 않아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된다.

7일 보인 이중적 행태 역시 마찬가지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철저히 ‘교도소화’된 사람이기 때문에 검찰로 송치되는 것의 의미를 알고 합리적 선택을 한 것”이라고 했다. 어차피 장기 수감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일단 본인을 과시하는 행동을 한 뒤, 유리한 판결을 위해 영리하게 반성하는 모습으로 돌변했다는 것이다.

지난 3월 노원구에서 세 모녀를 잔혹하게 살해한 김태현씨 역시 검찰 송치 전, 카메라 앞에서 갑자기 무릎을 꿇고 “유가족분들, 저로 인해 피해 입은 분들 모두에게 사죄드린다”며 준비한 듯한 답변을 30초쯤 이어갔다.

언론 보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최근 흉악범들의 특징이다. 강씨는 7일 검찰에 송치되면서, 기자들에게 “성관계를 거부해서 목 졸라 살해했다는 보도는 잘못됐다”고 직접 반박했다. 김씨 역시 지난 4월 국선 변호인에게 요청해, 본인의 범죄 관련 보도에서 잘못된 부분을 조목조목 지적하는 A4 용지 2장 분량의 입장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구치소 수감 중 한 언론사 기자에게 내용을 정정해달라는 편지까지 직접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복준 중앙경찰학교 외래교수는 “범죄자들 사이에선 사법 시스템이 언론 눈치를 본다는 생각이 팽배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범죄자 신상 공개는 필요하지만, 이들을 포토라인에 노출시키는 것이 범죄에 대한 불안감을 자극하고 그들의 발언 창구로 활용되는 측면도 있다”며 “중대 범죄자를 포토라인에 세우는 것의 효과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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