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싱 버블' 터질 수 있다..금리 인상 시 신흥국 위기"

김혜지 기자 2021. 9. 7.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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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KDI 'G20 글로벌 금융안정 콘퍼런스' 기조연설
"신흥국 채무위기 재발 가능성..韓 확장재정은 적절"
7일 서울 중구 롯데 호텔에서 열린 '2021 G20 글로벌 금융안정 콘퍼런스'. 2021.9.7/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세계 경제 석학으로부터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급증한 국가 채무가 신흥국 발 채무 위기를 부를 수 있으며, 향후 금리 인상 시 자산시장 거품이 붕괴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다만 한국 정부의 재정 확대는 코로나19 위기 시기에 적절했으며, 급등한 국가채무비율은 과도한 단기 차입을 제한함으로써 관리해야 한다는 조언도 제기됐다.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공동 개최한 '2021 G20 글로벌 금융안정 콘퍼런스'에서는 제프리 프랑켈 하버드대 교수가 기조연설자로 참석해 이 같은 진단을 내놨다.

프랑켈 교수는 "세계 경제는 2021년 현재까지는 기대보다 나은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하방 위험은 자명해 보인다"며 "'에브리싱 버블'(모든 것이 거품) 현상이 곧 터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프랑켈 교수가 자산시장 거품을 경고한 이유는 세계 경제를 낫게 한 각국 정부의 통화·재정 정책이 역으로 하방 위험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 정부는 그간 금리를 낮추고 재정 지출을 확대해 경기 회복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이것이 자산 가격 거품으로 이어졌으며, 이 거품은 세계 경제가 원래 자리를 찾아가면서 '약한 고리'인 신흥국에서부터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랑켈 교수는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높은 상황은 특히나 취약하다고 판단해야 한다"며 "누구든 현재 위험 자산에 형성된 높은 가격을 보면 버블이 낀 부분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 연준이 재정에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그 버블에서 공기를 빼내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도 평가했다.

제프리 프랑켈 미 하버드대 교수. (기획재정부 제공)

이에 따라 프랑켈 교수는 "EM(신흥국) 채무 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며 "특히 1982년, 1994년, 1997년, 2013년, 2015년, 2018년 등 미 연준이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시기에 (위기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세계적인 백신 접종 속도에 관해서도 우려를 내놨다. 프랑켈 교수는 "백신 접종이 느려지는 현상도 (세계 경제에 하방 위험)"이라며 "신흥국 백신 접종률이 선진국보다 여전히 낮아 선진국과 경기 회복에 격차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프랑켈 교수는 주요 20개국(G20) 회의체와 같은 국제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짚었다.

프랑켈 교수는 "여기서 협력이란 국가 간 통화나 재정 정책을 짜 맞추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각국의 재정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행동들, 또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에서 재정 위기가 발발할 가능성과 발발한 위기의 심각성을 낮추는 채무원리금 상환유예 이니셔티브(DSSI) 등 계획을 가리킨다"고 부연했다.

아이한 코제 세계은행(WB) 수석이코노미스트 겸 개발전망국장도 향후 신흥국 부진 가능성을 경고했다.

코제 국장은 "국제적 차원에서는 향후 8년간 높은 성장률이 예상된다"면서도 "선진국과 신흥국을 비교했을 때, 선진국은 팬데믹을 신속히 관리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겠지만 신흥국은 더딘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커스 부루너마이너 프린스턴대 교수도 마찬가지 분석을 내놨다.

미국이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신흥국 채무 위기는 마치 폰지 사기(돌려막기식 다단계 금융사기)가 터지는 것처럼 일어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부루너마이너 교수는 "미국은 이후 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신흥국에 큰 충격이 예상되므로 거시 건전성에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억원 기재부 1차관도 개회사에서 "미국의 통화정책이 급격히 전환될 우려는 다소 완화하고 있으나 자본 유출 및 변동성 확대가 신흥국에 미칠 부정적 파급효과 발생 가능성이 여전히 잠재돼 있다"고 말했다.

이날 콘퍼런스에서는 G20 회원국 정부·중앙은행 관계자와 전문가 300여명이 참석해 Δ코로나 시대 거시경제 위험요인의 국제금융시장 영향 및 대응 Δ디지털화폐가 국제금융시장·체제에 미치는 영향 Δ포스트 코로나 시대 국제금융시장·체제의 미래와 전망 등을 논의했다.

기재부는 이번에 제시된 정책 제언을 검토해 10월 열리는 G20 재무장관회의-정상회의에서 활용할 계획이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차관이 7일 G20 글로벌 금융안정 콘퍼런스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2021.9.7/뉴스1

한편 프랑켈 교수는 별도로 진행한 서면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이 지금껏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펼쳐 온 재정·통화 정책을 높이 평가했다.

프랑켈 교수는 앞서 신흥국의 높은 부채 수준을 우려했으나, 한국은 신흥국과는 달리 신용도가 튼튼하다는 취지다.

프랑켈 교수는 "미 연준이 긴축 통화정책을 시사하면서 전 세계적 금리 상승 가능성이 있으므로 결국은 한국도 현재 재정·통화 정책 기조를 정상화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지금으로서는 한국 정부가 확장적 재정 정책을 해온 것은 적합하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는 "많은 국가들이 큰 규모의 재정적자를 감당할 만한 신용도를 갖고 있지 않은데 한국은 그런 국가가 아니다"라며 "한국은 아직 견고한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고 있고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와 거의 비슷하게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다. 그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급등'은 원론적으로 관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프랑켈 교수는 "재정 적자와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한 사이클에 걸쳐 평균적으로 너무 높아서는 안 된다"며 "(미 금리 인상 시) 저소득 및 중간소득 국가들은 글로벌 투자자들의 자산 유보로 인한 '서든스탑(Sudden Stop)' 위험이 훨씬 높다. 신흥국이 외부충격에 덜 취약해지기 위해선 가능한 한 전반적인 부채 수준을 제한해야 하고, 통화 불일치를 방지하기 위해 달러화 부채를 피하면서, 과도한 단기 차입을 제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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