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전세대출도 규제 카드 꺼내나

박효재·박상영·김희진 기자 2021. 9. 7.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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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금융위, 일부 실수요 아닌 투자 목적으로 활용 판단 “제한 검토”
DSR 산정 시 전세대출 반영 땐 실수요자 피해 우려, 신중한 설계 필요
규제 중심 대책 비판 목소리…“거래절벽·매물잠김 없게 최소화해야”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전세자금대출 규제 카드를 검토 중이다. 자칫 실수요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정교한 보완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7일 “전세대출 증가세가 보증금 상승으로 설명할 수 없는 수준으로 과도해 제한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 연 2%대인 전세대출을 먼저 받은 뒤 신용대출을 자산투자의 레버리지로 활용하는 경우 등 전세대출 일부가 실수요가 아닌 투자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KB국민 등 5대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8월 말 현재 작년 말 대비 14.0% 이상 증가하면서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4.1%) 증가율을 3배 이상 웃돌았다.

이에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때 자금조달계약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방안,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시 전세대출도 일부 반영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방안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규제 자체는 가닥이 잡힌 것으로 보인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은행별 대출 한도에서 전세자금대출을 제외하는 방안에 대해 “금융위원장과 상의하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정숙 무소속 의원이 “대출규제나 금리 인상으로 전세자금대출, 주택대출 이자가 늘어 실수요자들의 고통이 가중됐다”고 지적하자 홍 부총리는 “정부 목표는 무분별한 대출을 통해 부동산 투자를 제어하는 데 기여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채 부부끼리 전세계약을 맺고 각자 주담대, 전세대출을 받아 다른 주택 구입에 활용하는 등 편법 계약을 통한 대출을 막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투자수요와 실수요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고, 특히 DSR 산정 시 전세대출 일부를 반영할 경우 신용대출 등을 통한 생활자금 융통이 어려워질 수도 있어 신중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실제 보유 주택은 전세 주고 더 좋은 전세로 가려는 수요까지 실수요로 봐야 하는지 등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면서 “무주택자만 전세대출 제한 예외로 둔다든지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금융규제를 통해 집값을 안정시키려는 시도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지난달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 제출된 ‘부동산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중점 대응전략’ 보고서는 최근 급증하는 편법 대출이 과도한 대출규제에서 기인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금융정책이 근본적인 진단 없이 정책 이념에 따라 대출 정책의 틀을 바꾸는 등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실수요 목적의 부동산 수요자가 합리적인 수준에서 계획적으로 금융을 이용할 수 있도록 중장기적 관점에서 대출규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부동산 가격을 통제하는 것이 주된 정책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른바 거래절벽이나 매물잠김 같은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유통 및 소비와 관련한 규제와 조세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효재·박상영·김희진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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