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지도부, 새 정부 수장에 '경량급' 하산 내정
[경향신문]
탈레반 ‘원년 멤버’ 30인 중 1명…1기 정부 때 부총리 지내
‘2인자’ 바라다르 지명 예상 빗나가…권력다툼 타협안 분석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이 새 정부 수반으로 예상보다 ‘경량급 인사’를 지명했다고 인도와 파키스탄 언론들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파키스탄의 더뉴스인터내셔널은 탈레반이 지난 5일 지도부 회의를 거쳐 모하마드 하산 아쿤드를 새 정부의 수반으로 내정했다고 보도했다. 탈레반 고위 관계자는 탈레반 최고지도자 하이바툴라 아쿤자다가 하산을 국가수반으로 제안했다고 밝혔다. 하산은 칸다하르 출신으로 이 지역에서 탈레반을 결성한 원년 멤버 30명 중 한 명이다. 유엔의 테러리스트 명단에도 올라 있다. 탈레반 내에서는 군사보다는 종교와 행정 분야 업무에 종사해왔다. 그는 지난 20년간 탈레반 최고지도부 회의인 라바리 슈라를 이끌었으며, 탈레반의 과거 통치기(1996~2001년)에는 외무장관과 부총리를 맡기도 했다.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국가안보기록원 문서에는 “서양인과 무자헤딘(아프간 무장 게릴라)에 모두 편견을 갖고 있는 인물”이라고 분석돼 있다.
인도 언론들은 예상보다 중량감이 떨어지는 인사라고 평가했다. 당초 조직 서열 2인자로 실질적 리더 역할을 하던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정부 수반을 맡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바라다르는 한발 물러나 하산을 측면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불거진 탈레반 내 권력다툼을 수습하는 타협 인선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인도 방송사 NDTV는 “하산은 조직 내 정파들이 경쟁 끝에 타협한 결과 정부 수반이 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탈레반은 지난 3일 새 정부 내각을 발표하고 취임식 등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발표가 연기되면서 권력투쟁설이 제기됐다. 현재 탈레반 주요 파벌로는 카타르 도하에서 미국과 협상을 진행했던 물라 바라다르의 도하 파벌, 탈레반 창시자 무하마드 오마르의 아들 물라 야쿠브가 이끄는 칸다하르 파벌, 탈레반과 연계하지만 반독립적으로 움직이는 시라주딘 하카니의 하카니 네트워크 등이 거론된다. 탈레반이 하카니 네트워크와 판지시르 저항군 처리 등을 두고 갈등을 빚은 끝에 총격전까지 벌였고, 바라다르가 부상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더뉴스인터내셔널은 “새 정부는 8일 출범할 것으로 보이지만 더 미뤄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타임스오브인디아는 “9·11 테러 발생 20년을 맞는 11일에 출범을 발표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탈레반은 이란의 신정일치 이슬람공화국을 참고한 정부 구성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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