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금지로도 못 막는 '닭피부모'
[경향신문]
젊은층, 자녀 교육열 과도
감시 피해 비밀 과외 골몰
“중, 불안감·불평등이 원인”
자녀들의 시간표를 15분 단위로 관리하고, 온라인 수업부터 스포츠 강좌까지 모든 교육 정보를 손에 쥐는 부모들. 자녀를 엘리트 그룹에 밀어넣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중국의 젊은 부모세대를 두고 미국 공영라디오방송(NPR)은 6일(현지시간) “타이거맘은 잊어라. ‘닭피부모’가 온다”고 표현했다.
NPR은 과거 중국에서 호랑이처럼 자녀를 엄격히 관리하는 타이거맘이 대세였다면, 이제는 닭피를 수혈하듯 자녀 교육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닭피(Chicken Blood)부모’가 떠오르고 있다고 소개했다.
중국에서는 이런 부모를 두고 ‘지와(鷄娃)마마’라 부른다. 병아리를 뜻하는 지와는 요즘 부모들이 자녀를 엘리트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중국에서는 1960년대 말부터 수탉의 피를 근육주사로 맞으면 활력이 솟는다는 미신이 퍼졌고, 1980년대까지 닭피 주사가 유행했다. 현재 중국 부모들의 교육열이 아이들에게 마치 닭피를 수혈하듯 맹목적이라는 것을 빗댄 것이라고 NPR은 설명했다.
실제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에서는 자신을 지와마마라고 여기지 않더라도 자녀를 명문 중·고등학교에 보내기 위해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영어, 수학은 물론 무용, 음악 등 예체능 과외까지 시키는 부모가 많다.
사교육이 사회적 문제가 되자 중국 정부는 학부모 부담 경감을 이유로 방학과 주말에 학과 수업과 관련한 사교육을 할 수 없도록 금지했다. 하지만 돈 있는 부모들은 여전히 자녀들에게 일대일 과외를 시킬 방법을 찾고 있다.
지와 현상을 연구해온 화둥사범대학 심리학자 리신 렌은 “지와 현상은 강한 불안감,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내가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뒤처질 것 같다는 심리가 과도한 교육열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사회에서 커지고 있는 불평등 문제도 지와 현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뉴욕대학교 상하이캠퍼스의 육아심리학자 쉬안 리는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가 가난해지는 것을 지켜볼 수 없기 때문에 더 맹목적으로 교육경쟁에 뛰어들고 있다”고 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교육 통제 나선 중국 “학원 교재도 시진핑 사상에 부합해야”
- “나도 부정선거라 생각했다”···현장 보고 신뢰 회복한 사람들
- 국힘 박상수 “나경원 뭐가 무서웠나···시위대 예의 있고 적대적이지도 않았다”
- 늙으면 왜, ‘참견쟁이’가 될까
-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이사장 해임 “모두 이유 없다”…권태선·남영진 해임무효 판결문 살펴
- 내란의 밤, 숨겨진 진실의 퍼즐 맞춰라
- ‘우리 동네 광장’을 지킨 딸들
- 대통령이 사과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사과해요, 나한테
- 독일 크리스마스 마켓에 차량 돌진…70명 사상
- [설명할경향]검찰이 경찰을 압수수색?···국조본·특수단·공조본·특수본이 다 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