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일병 극단 선택.."집단 괴롭힘, 군은 또 방치"
[앵커]
군 병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또 발생했습니다.
가족들은 선임병들의 폭언과 집단 따돌림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이번에도 군 당국의 후속 조치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홍진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 6월, 휴가 나온 정 모 일병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유족들은 정 일병이 부대 선임병들의 폭언과 집단 따돌림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월 함정에 배속된 지 열흘 만에 아버지가 사고를 당해 정 일병이 2주간 청원휴가를 나갔는데, 복귀한 뒤부터 괴롭힘이 시작됐다고 합니다.
[故 정 모 일병 어머니/음성변조 : "'꿀 빨려고 군대 왔냐'고 그러면서 궁지로 모는 거죠, 애를. '그럼 제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제가 죽었으면 좋겠냐'고 그랬더니, '어, 너 죽어 버리면 재밌겠다'…."]
갑판병이었던 정 일병이 근무 중 실수를 하자 선임병 2명이 가슴과 머리를 밀쳐 넘어뜨렸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이날, 정 일병은 함장에게 피해를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완전한 분리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고, 함 내에서 가해 선임병들과 계속 마주쳐야 했다고 합니다.
[故 정 모 일병 어머니/음성변조 : "밖에 나갈 수가 없고, '사람들이 갑판에서 또 내 흉보네' 그러더라고요. '갑판에서 또 내 얘기 한다'…."]
열흘 뒤 정 일병은 자해를 시도했고 이후 공황장애 증상을 보이며 기절한 채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임태훈/군인권센터 소장 : "정 일병은 살기 위해 수차례 함장 등 지휘관에게 SOS를 보냈다. 그러나 이들은 정 일병을 방치했고…."]
피해 발생 20여 일이 지나서야 배에서 내린 정 일병은 두 달간 입원 치료를 받기도 했습니다.
정 일병이 숨진 뒤 해군 군사경찰은 수사에 착수했지만, 함장 등 간부들은 7월, 청해부대 파병을 나가면서 수사는 지지부진한 상태입니다.
해군은 "사망 원인과 유가족이 제기한 병영 부조리 등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홍진아입니다.
촬영기자:김상민 조은경/영상편집:안영아/그래픽:한종헌
홍진아 기자 (gin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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