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공약 발표회, 이번에도 토론 없이 덕담만 오갔다

심진용 기자 2021. 9. 7.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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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질의응답 2분 제한에 질문자도 사전 추첨…후보들 불만 토로
‘학예회’ 혹평 비전발표회 재탕…선관위 불신·갈등 재연 우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이 7일 서울 강서구 한 방송스튜디오에서 열린 ‘1차 경선 후보자 3대 약속’ 정책공약 발표회에 참석해 앉아 있다.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황교안, 박찬주, 장성민, 박진, 윤석열, 원희룡, 하태경, 유승민, 안상수, 최재형, 장기표, 홍준표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대선 주자 12명이 7일 모처럼 한자리에 섰다. ‘체인지 대한민국, 3대 약속’이라는 이름으로 열린 정책공약 발표회에서다. 극한으로 치닫던 경선룰 갈등이 일단락되면서 국민의힘 ‘경선버스’도 본격 시동을 걸었다. 그러나 당장 이날 행사 진행 방식을 두고 캠프별 불만이 제기되는 등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오는 15일 1차 예비경선(컷오프) 전 유일하게 후보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질의응답을 가진 이날 행사도 ‘맹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공약 발표회에서 “민간 주도로 양질의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을 다짐하며 ‘기업규제 혁파’ ‘노동 양극화 해소’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충’ ‘근로자 직업훈련·보육·돌봄의 국가책임제’도 약속했다.

홍준표 의원은 ‘국회의원 300명에서 200명으로 축소’ ‘양원제, 비례대표 폐지’ ‘대통령 중임제’ 등 개헌을 약속했다. 경제와 관련해서는 “대통령 긴급명령을 발동해서라도 강성 귀족노조 패악을 막고 노동 유연성을 높이겠다”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집밥’을 키워드로 내걸고 집값 안정과 공정한 성장을 약속했다. 특히 노사 관계 관련 ‘사회적 대타협’을 강조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주택 국가찬스’와 ‘교육 국가찬스’ 등을 주요 공약으로 알렸다. 이들을 포함한 대선 주자 12명은 각자 7분간 자기 공약을 알리고, 상대 후보 1명과 2분씩 질의응답을 했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이 당 공식 행사에 모두 모인 건 지난달 25일 ‘비전발표회’ 이후 처음이다.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5일 여론조사에 역선택 방지조항을 도입하지 않기로 하는 등 경선룰을 확정하면서 후보 간 극한 갈등이 일단 봉합돼 이날 발표회도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다.

그러나 발표회 시작 전부터 진행 방식에 대한 불만이 제기됐다. 후보 간 질의응답 시간을 2분으로 제한하고, 질문자도 사전 추첨으로 미리 정해두면서 정책 공방 기회 자체가 차단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2분간의 질의응답은 대부분 원론적인 문답과 덕담 교환 수준에 그쳤다. 윤 전 총장은 발표한 일자리 공약이 기존 제도와 어떻게 다르냐는 원 전 지사의 질문에 “교육 프로그램을 재편하겠다”는 등 원론적 답변을 내놨다. 원 전 지사도 발표회 방식상 추가 질문을 하지 못했다.

이날 발표회를 두고 “초등학교 학예회” 같다는 혹평을 받았던 앞선 비전발표회의 ‘재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홍 의원은 발표회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토론할 생각은 안 하고 한 사람이 기피하니깐 학예회를 또 한다”고 윤 전 총장을 겨냥했다. 유 전 의원은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 “선관위가 왜 이렇게 유치한 결정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일부러 토론을 막으려 하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앞서 홍 의원, 유 전 의원 등이 오는 15일 1차 예비경선 전까지 한 차례라도 토론회를 열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선관위 측은 질의응답 시간을 최소화하고 질문자까지 미리 정해둔 방식에 대해 “후보 숫자가 많다 보니 제한된 시간에 발표회를 운영하려면 묘수를 쓸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캠프에서는 선관위가 윤 전 총장을 편들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온다. 한 캠프 관계자는 통화에서 “누구를 위해 이런 엉터리 같은 행사를 진행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11월 초 본경선이 임박하면 선관위를 향한 불신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후보 간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선관위는 본경선에 경쟁력 조사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구체적 문항은 추후 논의로 남겨둔 상황이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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