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조 간부 '가슴킥' 피해자 "기분 나빠서 그냥 때렸다고 하더라"

최훈민 기자 2021. 9. 7.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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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성남시의 한 택배 분류장에서 택배노조 부위원장이 비노조원을 폭행하는 모습 /택배기사 권리찾기 전국모임

근무 현장에서 민노총 택배노조 간부에게 발차기를 당하는 CCTV 영상 속 피해자 A씨가 입을 열었다. 간부가 그저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자신을 때렸으며, 영상이 보도된 뒤 택배노조가 내놓은 해명도 거짓말이라고 그는 말했다.

7일 조선닷컴은 최근 택배업계에서 ‘택배노조 집행부의 비노조원 폭행’이란 제목으로 돌고 있는 8초짜리 택배 분류장 내 CCTV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붉은 머리띠를 두른 택배노조 간부 B씨는 컨베이어 작업대 위로 뛰어올라 맞은편에 서 있던 A씨의 가슴팍을 발로 걷어찬다. A씨는 발차기를 맞고 1m 이상 뒤로 나자빠지며 화면 밖으로 튕겨져 나간다. 영상은 여기까지다. 화면 속 생성일자는 2019년 4월로 표기됐다.

◇“왜 때렸나 물으니, 기분 나빠 때렸다더라”

A씨는 7일 조선닷컴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가해자인 택배노조 간부 B씨가 다른 노조원과 싸우다 기분이 나빠져 비조합원인 날 그냥 때린 것”이라며 “내가 이 사건으로 입원하자 B씨가 날 찾아왔길래 내가 ‘왜 때렸냐’고 물어봤다. ‘기분 나빠서 때렸다’는 게 그의 대답이었다”고 말했다.

A씨는 사건 직후 병원에 열흘 가까이 입원했다. 병원비만 400만 원 넘게 나왔고, 이 기간 일을 하지 못해 자기 대신 배송을 해준 용차기사에게 쓴 돈과 영업손실 등 총 600만 원이 추가로 나갔다. A씨는 입원 기간 동안 간부 B씨가 거의 매일 병원을 찾아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B씨가 날마다 병원에 찾아와 합의를 요청했는데, 내가 1000만 원을 달라고 하자 이후로 다시는 병원을 찾지 않았고, 연락도 없었다”고 했다.

A씨는 사건 직후 B씨를 경찰에 고소했지만, 퇴원 뒤 취하했다고 한다. A씨는 “당장 업무에 복귀해 날마다 봐야 할 사람인데 ‘좀 그런 마음’이 들어 처벌불원서를 써줬다”며 “합의가 돼서 취하해 줬다는 얘기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폭행 영상이 보도되자 갑자기 B씨가 연락을 해 왔다. 한 달에 60만 원씩 주겠다더라. 아내의 계좌번호를 받아갔다”며 “몇 달 동안 주겠다는 말은 없었다. 아마도 1000만 원 채워질 때까지 준다는 말 같다”고 했다.

A씨는 “난 택배기사로 일한 지 11년 됐다. 친하진 않아도 다 알고 인사하는 사람이라 고소를 이어가지 않았던 것”이라며 “악감정은 없다. 다만 아닌 건 아닌 것”이라고 말했다.

◇택배노조 “B씨가 먼저 망치 휘둘렀다고 인정”… B씨 “거짓말”

민노총 택배노조는 이날 조선닷컴의 <작업대 올라 가슴킥… 택배노조 간부, 비노조원 이렇게 대했다> 기사에 대한 보도자료를 냈다. 자료에서 택배노조는 ‘(영상 속 피해자인) A씨가 보내온 입장’이라며 조선닷컴 보도에 대해 해명했다.

자료에는 ‘A씨가 집회 참여 문제를 놓고 격론을 벌이는 노조원들에게 실소를 했다가 B씨와 시비가 붙었으며, 영상에 나타난 B씨의 폭행이 있기 전에, A씨가 격분해 먼저 망치를 들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택배노조는 또 보도자료에 ‘A씨가 분을 참지 못하고 주변에 있던 택배 상자를 B씨에게 집어던진 뒤 B씨에 의해 폭행이 일어난 것’이라며 ‘이후 A씨는 B씨와 화해도 했고, 열악한 택배 현장을 개선해야 하는데 기사들끼리 더 이상 싸우면 안 된다고 생각해 노조에 가입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A씨는 이 같은 해명을 전면 부정했다. 그는 “내가 뭘 해서 맞았다는 택배노조 보도자료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거짓말”이라며 “난 가만히 있었고 B씨가 갑자기 날라차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발차기 직후 노조원들이 날 둘러싸는 상황에서 위협을 느꼈다. 스스로를 지키겠단 마음으로 차에 있던 차량용 망치를 들고 나왔던 것”이라며 “난 택배를 집어 던진 적도 없다. 택배노조가 만들어 낸 얘기”라고 덧붙였다.

A씨는 이후 노조에 가입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유는 전혀 달랐다. A씨는 “작업장에서 일하는 택배기사들이 100%에 육박하게 노조를 가입했다. 어쩔 수 없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노조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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