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0억 공모 첫날에만 5조5천억 몰렸다..현대중공업 공모 흥행 어디까지?

고득관 2021. 9. 7.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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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DB]
명실상부 세계 최대 조선사인 현대중공업이 일반 공모 청약에 돌입한다.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일반 개인 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에서도 좋은 성과가 기대된다.

조선업 자체는 IPO 시장에서 인기가 많은 성장주와 거리가 있지만 그동안 고평가 논란을 겪었던 다른 대어급 종목들과는 달리 공모가도 투자 메리트가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받고 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의 상장을 불편하게 여기는 이들도 있다. 과거 현대중공업의 주주였지만 지금은 한국조선해양의 주주가 돼 진짜 현대중공업의 상장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이다.

설명이 필요 없는 글로벌 넘버원...현대중공업, 일반 청약 대박날까

7일 증권가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청약 첫날인 이날 청약증거금으로 5조5751억원이 들어왔다. 첫날 통합 청약 경쟁률은 40.33대 1을 기록했다.

일반 투자자 몫으로 배정된 주식은 전체 공모물량의 25%인 450만주, 2700억원 어치다.

대표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공동 주관사는 하나금융투자, KB증권, 인수회사는 삼성증권, 대신증권, DB금융투자, 신영증권이다. 중복 청약이 불가능하지만 청약을 받는 증권사는 8곳이나 되기 때문에 내일인 8일 청약 막판까지 눈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현대중공업은 공모가를 희망범위 최상단인 6만원으로 결정했다. 공모가 기준 공모금액은 1조800억원, 상장 후 시가총액은 5조3264억원이다. 현재 코스피 기준으로 시총 65위 수준이다.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 개장 이후 상한가를 기록하는 이른바 '따상'을 기록하게 되면 시총은 13조8486억원이 된다. 코스피 시총 순위는 29위다.

현대중공업은 설명이 필요 없는 세계 조선업계 1위의 기업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현대중공업의 IPO 흥행 가능성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최근 IPO 시장의 대세는 2차전지, 바이오, 게임 등 성장주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굴뚝산업을 대표하는 현대중공업은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이같은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켰다.

지난 2~3일 진행된 수요예측에는 국내외 기관 투자자 1633곳이 참여했다. 수요예측 경쟁률은 1836대 1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4월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1883대 1에 이어 코스피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53.1%의 기관 투자자가 의무보유를 확약했다.

IPO의 흥행 여부를 미리 엿볼 수 있는 또다른 지표인 우리사주 조합 청약도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지난달 23~27일 진행된 직원 대상 사전 청약에서는 배정액의 2배 가까운 직원들의 자금이 들어와 완판에 성공했다. 우리사주조합에는 전체 공모주식의 20%인 360만주, 2160억원 어치가 배정됐다. 올해 진행된 조단위의 IPO에서 우리사주조합 배정분이 완판된 것은 현대중공업이 처음이다.

증권가의 반응도 좋다. 앞서 IPO 시장에 나선 대어급 종목들과 달리 '착한 공모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진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은 경쟁사 대비 우수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나, 경쟁사 대비 저렴하게 증시에 등판한다"라며 "선박 교체 사이클과 환경규제 강화의 영향에 힘입어 상장 후 양호한 주가흐름이 전망된다"고 말했다.

[매경DB]
"멀쩡한 기업 쪼갰다가 재상장"...속쓰린 한국조선해양 주주들

국내 증시에 크게 관심이 없는 투자자라면 현대중공업의 상장에 의문이 들 수 있다. 현대중공업이 이미 상장돼있는 회사라고 아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국내 제조업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지난 2007년 삼성전자, 포스코에 이어 시총 3위까지 오르기도 했던 종목이다.

현대중공업이 비상장사가 된 것은 수년간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펼치면서 두 차례의 분할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당초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중공업 → 현대삼호중공업 → 현대미포조선 → 현대중공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었다. 2017년 지주사 전환 작업을 위해 현대중공업을 인적 분할해 3개의 신설 회사를 설립했고 이 중 현대로보틱스(현 현대중공업지주)가 지주회사가 됐다. 이때까지도 현대중공업은 ’현대중공업’이라는 이름으로 상장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2019년 현대중공업을 물적 분할하면서 문제가 복잡해진다. 앞서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현대중공업을 분할한 것은 인적 분할 방식이었다. 인적 분할로 기업을 쪼개면 주주는 자신의 지분율 만큼 분할된 기업들의 주식을 보유하게 된다. A라는 회사를 B와 C로 인적 분할할 때 A회사의 지분 10%를 보유한 주주는 B와 C 기업 모두 10%씩의 지분을 갖게 된다. 하지만 물적 분할은 분할되는 기업이 모자 회사 관계가 된다. 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현대중공업을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사업회사인 현대중공업으로 물적 분할했다. 기존 현대중공업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은 한국조선해양 주식으로 바뀌었고 현대중공업은 한국조선해양의 100% 자회사가 됐다. 그리고 이번에 한국조선해양에서 떨어져 나온 현대중공업이 다시 증시로 복귀하게 되는 것이다.

기존 현대중공업 주주 입장에서는 회사의 결정이 불만스러울 수 밖에 없다. 하나의 회사에서 핵심 사업 부문을 떼어내 비상장사로 돌렸다가 다시 상장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최근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도 전지사업부를 물적 분할하기로 하면서 주주들로부터 원성을 듣기도 했다.

특히 한국조선해양은 중간 지주사라는 애매한 위치에 있다. 자회사로 보유한 조선사들이 돈을 많이 벌어도 그 자금이 쌓이지 않고 모회사인 현대중공업지주로 흘러들어간다. 또 세계 최대 조선사인 현대중공업에 직접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조선해양을 살 이유도 없어 졌다.

실제로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들어 지난 5월 중순 16만3500원에서 현재 11만5000원대로 29.0%나 하락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동사가 보유한 조선 자회사들은 모두 상장될 예정"이라며 "이들 자회사에 직접 투자가 가능해지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보다는 순수 조선사인 자회사들을 선호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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