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SLBM 전력화 '8부 능선' 넘었다.. 내주 최종 시험발사

정승임 2021. 9. 7.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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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 론치 가동 성공.. 정확도 테스트 남아
軍 , 비밀리에 추진되는 '비닉 무기'라  함구
최종 성공하면 현무-4처럼 공개 가능성도
2019년 10월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에 공개된 북한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 시험 발사 장면. 연합뉴스

우리 군이 자체 개발 중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전력화가 ‘8부 능선’을 넘었다. 이달 1일 SLBM 개발의 마지막 단계인 ‘잠수함 수중 시험발사’가 1차 성공한 것이다. 군 소식통은 7일 “군 당국이 도산안창호함(3,000톤급)에서 실탄을 장착해 시험발사했는데 원하는 결과를 얻은 것으로 안다”고 확인했다.

이날 진행한 시험은 깊이 15~20m 수중에서 발사 단추를 누르면 유도탄이 기체 압력에 의해 수면 위로 제대로 떠오르는지를 점검하는, 이른바 ‘콜드 론치(cold launch)’ 기능 테스트였다. 마지막 관문은 물 밖으로 나온 미사일이 대기권에 진입했다가 목표 지점에 정확히 떨어지는지 여부다. 군 당국은 내주 중 최종 시험발사를 한다. 이 단계까지 성공하면 한국은 세계 8번째 SLBM 보유국에 이름을 올린다. 미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 인도 북한이 앞서 SLBM 개발에 성공했다.


실제 잠수함에서도 ‘콜드 론치’ 검증

국내 기술로 독자 설계ㆍ건조된 해군의 첫 번째 3,000톤급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 해군 제공

1일 시험발사에서 얻은 성과는 실제 잠수함에서도 콜드 론치 기능의 정상 작동을 입증했다는 점이다. 콜드 론치는 SLBM의 핵심 기능 중 하나다. 군은 사거리 500㎞ 탄도미사일인 현무-2B를 기반으로 SLBM을 개발해 왔다. SLBM 검증시험은 총 3단계로 지난해 말에는 1단계인 지상 사출시험에 성공했고, 올 상반기에는 바지선에서 이뤄지는 2단계 수중 사출시험도 마쳤다. 이어 지난달 13일 취역한 도산안창호함에서 실시한, ‘실전’ 격인 잠수함 시험발사도 거의 성공에 근접한 셈이다. 도산안창호함은 국내 독자 설계로 건조된 첫 잠수함이자 최대 6발의 SLBM 탑재가 가능한 최초의 잠수함이기도 하다.

잠수함장을 지낸 문근식(예비역 해군 대령)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바지선 시험발사에서는 모조탄을 쓰고 GPS(위성항법시스템)나 표적 정보는 따로 입력하지 않는다”며 “실제 잠수함에서 실탄을 장착해 콜드 론치에 성공한 것은 배에서 할 수 있는 SLBM 개발은 끝났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미사일 정확도 테스트만 남아

북한이 2016년 8월 25일 노동신문에 공개한 SLBM인 북극성 1호 발사 장면. 노동신문 연합뉴스

남은 과제는 딱 하나. 배를 떠나 물 밖으로 떠오른 미사일의 성능 테스트다. 수면 위에 도달한 유도탄이 자체 점화로 하늘 높이 치솟아 대기권에 진입한 후 목표 지점에 정확히 떨어져야 한다. 문 교수는 “미사일이 대기권에 진입했다가 다시 하강할 때 온도가 7,000~8,000도에 달하는데, 이때 미사일이 훼손되지 않고 목표 지점에 무사 안착하는 것 역시 고난도 기술”이라고 분석했다.

SLBM은 은밀히 이동하는 잠수함에서 발사되기 때문에 위치 파악이 쉽지 않아 적 입장에선 위협적이다. 이 같은 이유로 SLBM은 개발 전 과정을 비밀에 부치는 국방부 ‘비닉(祕匿) 사업’으로 분류돼 있다. 군 당국이 시험발사 성공 여부를 함구하고 있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그러나 최종 시험발사까지 성공적으로 마치면 어떤 식으로든 개발 완료를 선언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같은 비닉 무기였던 ‘현무-4’ 미사일이 시험발사에 최종 성공하자 문재인 대통령과 국방부는 미사일 이름은 언급하지 않은 채 “세계 최고 수준의 중량을 갖춘 탄도미사일 개발에 성공했다”고 공개한 바 있다. 국방부 역시 앞서 3일 발표한 ‘2022∼2026 국방중기계획’에서 “해상에서 정밀타격이 가능한 중형 잠수함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겠다”면서 SLBM 전력화를 기정사실화했다.


北, 열병식에서 신형 SLBM으로 맞불?

북한이 올 1월 14일 제8차 노동당 대회 기념 열병식에서 '북극성-5ㅅ'으로 보이는 문구를 단 신형 추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선보이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주목되는 건 북한의 반응이다. 북한도 SLBM을 보유하고 있으나 자신들을 겨눈 남측의 SLBM 개발 성공은 김정은 정권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군 당국은 일단 9일 북한 정권수립 73주년 기념식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평양 미림비행장에서 열병식을 준비하는 정황이 포착된 탓이다. 북한 지도부가 열병식에서 신형 SLBM을 노출하며 맞불을 놓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 북측은 지난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당일 진행된 야간 열병식에서 신형 SLBM인 북극성-4형을, 올 1월 8차 당대회를 기념해 열린 열병식에서는 탄두를 키운 것으로 추정되는 북극성-5형을 선보였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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