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화상회진은 맞고, 원격의료는 틀리다?

이준기 2021. 9. 7.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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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의료의 트리거(방아쇠)'가 될 것인가, '원격의료의 갈라파고스섬'으로 남을 것인가."

국내 상급병원 중 하나인 세브란스병원이 원격진료의 과도기적 성격을 띠는 '화상회진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도입하면서, 그동안 의료계의 반발로 잠잠해진 원격의료 도입 논의가 재점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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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회진은 맞고, 원격의료는 틀리다?
환자와 의료진이 화상으로 회진하는 장면. 환자는 정해진 예약 시간에 My세브란스 앱을 통해 접속하면 의료진과 화상으로 현재 상태나 향후 치료계획 등에 대해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원격의료의 트리거(방아쇠)'가 될 것인가, '원격의료의 갈라파고스섬'으로 남을 것인가."

국내 상급병원 중 하나인 세브란스병원이 원격진료의 과도기적 성격을 띠는 '화상회진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도입하면서, 그동안 의료계의 반발로 잠잠해진 원격의료 도입 논의가 재점화될 전망이다.

연세의료원 의료정보실은 환자와 의료진의 비대면 디지털 소통을 위해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화상 회진시스템을 도입한다고 7일 밝혔다. 국내 최초로 도입되는 화상 회진시스템은 환자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마이세브란스'(My세브란스)를 활용해 예약된 시간에 주치의가 화상으로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다. 주치의는 이동시간을 줄여 환자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고, 야간이나 주말에도 시스템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실제 세브란스 병원은 시범 서비스 기간동안, 환자와 의사 모두 만족도가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세브란스병원측은 화상 회진시스템이 국내에서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원격의료'나 '원격진료'와는 다른 차원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의료계에서는 ICT(정보통신기술)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초보적인 수준의 원격의료 서비스로 평가하고 있다.

국내 원격의료 도입 논의는 지난 2000년대 초부터 계속 제기돼 왔지만, 그동안 의료계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20년이 넘도록 표류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원격의료에 최적화된 세계 최고 수준의 유무선 인프라와 최첨단 의료시스템을 갖추고도, 법적 규제에 막혀 첨단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기회가 원천 차단돼 왔다. 현재 국내 의료법상에는 ICT 기술을 활용해 환자에게 검진 및 치료 등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 자체가 불법으로 규정돼 있다.

우리 정부도 코로나 시대, 비대면 의료 수요가 급증하자 환자가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않고도 전화로 상담과 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시행기간이 한시적인데다, 서비스 수준도 단순 전화상담의 초보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 등에서 원격의료 시범 사업을 전개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사업기한 만료로 사실상 모두 종료된 상태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세계 주요국에서는 특히 코로나 시대를 맞아 원격의료 시장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맥킨지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 코로나19 이전에 미국 내 전체 환자 기준 11%에 그쳤던 원격의료 활용률이 코로나19 이후에는 46%로 급증했다. 특히 의사와 의료기관의 원격의료 이용도 50∼175배 폭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도 코로나19 이전까지 한 해 3억4000건의 주치의 진료 중 원격진료는 1%에 불과했지만, 코로나 이후에는 원격진료 건수가 매주 2배 이상씩 늘어나고 있다.

과학계, 산업계에서는 "코로나 시대, 전 세계가 최첨단 ICT 기술을 응용한 비대면 의료 서비스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최첨단 인프라를 갖춘 우리나라만 높은 규제장벽에 막혀 '갈라파고스 섬'으로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용 KAIST 바이오·뇌공학과 교수는 "비록 병원 내에서 이뤄지는 비대면 화상회진시스템이지만, 기술적으로 보면 원격의료를 구현하는 것과 동일하기 때문에 (원격진료를 위한) 흥미로운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원격의료를 반대하는 입장에서 제기하는 문제를 제도적·기술적으로 보완해 현행 법 테두리 안에서 시행을 확장하는 방안도 고민해 볼 만 하다"고 말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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