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명 꼬이는 김웅..손준성이 법률 자문? 그 자체가 '위법 가능성'
[경향신문]
“(고발장을) 제가 만들었다” → “초안을 잡아줬다” → “그런 식으로 쓰지 않는다”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의 해명이 시시각각 바뀌고 있다. 고발장 전달자로 지목된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의 관여 여부에 대한 발언도 오락가락이다. “준성이한테 (법리적인 것을) 한 번 물어봤을 수는 있다”는 말부터 “그쪽(검찰)의 입장을 전달을 해준 것 같다”는 말까지 널뛰기하고 있다. 그나마 일관된 흐름은 있다. ‘법률적 자문’이건 ‘고발장 전달’이건 손 검사가 관여했을 가능성은 열어둔 것이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고발 사주’ 의혹이 최초 보도되기 전날인 지난 1일 뉴스버스 기자와 김웅 의원이 나눈 전화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서 김 의원은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고발장에 대해 “검찰쪽에서 제가 받은 것은 아니다. 준성이(손 검사)와 이야기했는데, 그거 제가 만들었다. 준성이한테 한 번 물어봤을 수는 있다. 이게 법리적으로 맞나 이런 것을”이라고 말했다.
문제의 고발장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최강욱 대표 등 여권 정치인과 MBC·뉴스타파 기자 등 도합 13명을 고발 대상으로 적시했다. 김 의원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최 대표에 대한 고발장과 다른 12명에 대한 고발장의 성격을 구분했다. 김 의원은 최 대표 고발장에 대해 “처음 문제제기를 한 건 내가 맞다”며 고발장 초안 검토나 작성 단계에 자신이 관여했음을 시사했다. 반면 다른 고발장에 대해선 “제가 보기에는 그쪽(검찰)의 입장을 전달을 해준 것 같다”고 했다.
고발장 전달자로 지목된 손 검사의 관여 수준도 김 의원의 해명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6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는 최 대표 고발장에 손 검사가 관여했을 가능성을 언급하며 “법리적으로 맞는지 손준성 검사에게 한 번 물어봤을 수는 있다”고 했고, 7일 CBS 인터뷰에서는 “그 때 손준성 검사로부터 연락이 왔고 (전체 고발장을) 전달한 것 같다”고 했다. 전자의 경우엔 “고발장을 작성하거나 첨부자료를 김웅 의원에게 송부하였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손 검사의 해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반면 후자의 경우에 선거를 앞두고 야당에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의 소명책임 대부분을 손 검사가 떠안는다.
문제는 손 검사가 최 대표 고발장 작성 과정에 법리 검토 수준의 관여만 했다고 하더라도 사안이 가볍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총선을 목전에 두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핵심 참모가 여권 정치인에 대한 고발장의 초안을 만드는 과정에 개입한 것이기 때문이다. 당시 윤 전 총장은 여권과 강하게 충돌하던 때였다. ‘법률 자문’의 정치적 의도와 배경, ‘윗선’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법률 자문만으로도 위법의 가능성이 있다. 국가공무원법과 검찰청법은 공히 직무 수행에 있어 정치적 중립 의무를 규정한다. 다만 공무원법은 정치단체 지지·반대 등 적극적인 행위가 있을 때만 처벌하도록 돼 있고, 검찰청법은 정치 중립 의무 위반에 대한 별도 처벌 규정이 없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검찰만 접근할 수 있는 내용을 알려주거나 변호인처럼 자문하듯 능동적으로 말해줬다면 사건 개입으로 문제될 소지가 있을 것 같다”며 “대검에 공소장을 내면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느냐는 절차적인 질문이라면 형사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어 보인다”고 했다.
형사처벌을 피하더라도 징계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는 없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률 자문만 했다면) 법 위반이라고 하기는 어려워도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윤리에는 어긋나는 것”며 “피고발인 신원을 (손 검사가) 몰랐다면 모르겠지만, 최강욱 대표가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명부에 올라가 있었던만큼 징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손 검사의 관여 수준에 대한 김 의원의 해명 자체가 앞뒤가 안맞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거사범은 공직선거법을 전문으로 다루는 검찰 공공수사부에서 수사한다. 검사 출신으로 스스로가 법률전문가인 김 의원이 선거법 위반 사건 주무 부서의 책임자도 아닌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에게 공직선거법 고발 건에 대한 법률 자문을 받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김 의원 말대로 손 검사로부터 법률 자문을 받은 게 맞다면, 손 검사가 직접 법률 자문을 했을 가능성보다는 검찰 내 선거법 전문가의 법률적 검토를 거친 내용을 손 검사가 김 의원에게 전달했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고발장 작성 과정에 손 검사를 포함한 복수의 검사가 조직적으로 관여한 것이 된다.
김 의원은 7일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최 대표 고발장 작성과 관련해 “손준성 검사한테 ‘총장이 완전히 고립무원 상태인데 너라도 잘 보필해라’라는 문자를 보낸 건 기억이 난다”며 “만약에 그쪽에서 이런 문건(고발장)을 보냈으면 나한테 미리 전화를 했을 거 아닌가. 이런 문건 가니까 잘 봐달라고 그 통화 정도는 기억을 해야하는데 기억이 안나니까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이효상·이보라·유설희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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