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이사철인데, 전세대출까지 묶는다..당국 "갭투·빚투 의심" [대출규제 전방위 확산]

김성환 2021. 9. 7.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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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출 잔액 전례 없는 급증세
가계부채 관리 '최후 카드' 만지작
사후규제 등 거론 "추석 이후 발표"
규제 땐 전세난민들 직격탄 우려
[파이낸셜뉴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기 위해 무주택 전세대출에까지 규제의 칼을 들이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전세대출은 서민의 실수요 대출이라는 점을 고려, 각종 규제에서 제외돼 왔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전세대출이 급증세를 멈추지 않는 기현상이 지속되면서 규제를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전세대출이 본래 용도와 달리 갭투자나 주식투자 등으로 유용된다는 우려도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전세대출까지 규제할 경우 실수요자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전세대출 급증, 빚투 의심에 규제 수순
7일 금융당국과 업계 등에 따르면 전세대출 잔액은 전례 없는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5대 은행들(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전세대출 잔액은 지난해 12월 105조원이었으나 지난 8월 119조9670억원으로 약 14% 급증했다. 정부는 올 한 해 평균 가계대출 증가율을 5~6%대로 잡고 있다. 올 상반기 증가율이 8%대였기 때문에 하반기 증가율은 3~4%로 조여야 하는 상황이다.

당국은 최후의 카드로 전세대출을 누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근까지 늘어난 전세대출 금액 일부가 갭투자나 주식투자 등 '빚투'에 쓰이는 경우가 있다고 본 셈이다. 지난해 전세대출 증가율은 33%를 기록했으며, 올해도 연간 기준으로 20∼30% 증가 속도를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전세대출을 어느 방향으로 규제할지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별 대출총량을 규제할 경우 무작위로 실수요 서민이 피해를 볼 수 있어서 다양한 방안을 놓고 고민 중이다. 일각에선 사후 규제 등의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전세자금을 용도와 다르게 유용할 경우 이를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수요자가 자금조달계획서 등을 제출, 이를 당국이 사후에 살펴볼 수도 있다. 전세대출의 경우엔 다른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석 이후 대책을 내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은행發 자체 전세대출 규제
이미 은행권은 자체 규제에 들어갔다. 일부 은행은 전세대출을 한시적으로 중단했고, 금리를 인상해 문턱을 높이는 사례도 나왔다. 최근 신한은행은 전세대출(SGI서울보증,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금리를 0.20%p 인상했다. 이에 따라 신한전세대출(주금공) 금융채 1년 기준 금리는 2.89~3.88%로 변경됐다. 앞서 국민은행은 지난 3일부터 전세대출 금리를 0.15%p 올렸다.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조정 직전 신규 코픽스 6개월 기준 2.64~3.84%였던 금리가 2.79~3.99%로 뛰었다.

우리은행도 지난 1일부터 전세대출 '우리전세론' 우대금리 항목을 축소한 바 있다.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는 항목 4개 가운데 급여·연금 이체(0.10%), 신용카드 사용(0.10%), 적립식 예금·청약종합저축 납입(0.10%) 등이 사라졌다. 다만 우대금리 최대한도는 0.20%p로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된다. NH농협은행도 지난달 24일부터 3개월간 전세대출 등에 대한 신규 취급을 중단키로 했다.

■"무주택자, 전세난민 전락 우려"
갑작스레 전세대출 금액이 줄거나 중단되는 경우 무주택 서민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명 '전세난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계약 갱신이 아니라 이사를 가는 경우 전셋값이 폭등하는 경우가 많다. 세입자가 바뀌는 경우 임대차법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권 여당에서 세입자가 바뀌는 경우에도 임대차법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 8월 첫째 주 1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이후 0.16~0.17% 사이를 횡보하고 있다. 올해 8월 다섯째 주 서울 전세가격 누적 상승률은 3.21%로, 전년 동기(2.45%)보다 높다. 수도권은 같은 기간 올해 누적 기준으로 6.71% 오르며 지난해 상승폭(4.18%)을 훌쩍 뛰어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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