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기니 쿠데타에..잘나가는 한국 車 가전 기업 바짝 긴장한 이유

박용범,김인오 2021. 9. 7.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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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니 쿠데타로 알루미늄가격 10년 만에 최고치
코로나 후 수요 급증한 데다
러 관세·물류비 상승 겹쳐
알루미늄 선물도 가격 급등
車부품·가전 기업 직격탄
"보크사이트 재고 충분하다"
中알루미늄공사 주가 치솟아
韓 삼아알미늄 상한가 직행

◆ 요동치는 해외투자 판도 ◆

중국 산둥성 옌타이 항구에서 거대 크레인들이 서아프리카 기니에서 선적된 알루미늄 원재료인 보크사이트를 하역하고 있다. 기니는 보크사이트 매장량 세계 1위 국가로 최근 군부 쿠데타가 발생해 생산 차질 가능성이 염려되고 있다. [로이터 = 연합뉴스]
서아프리카 기니에서 군부 쿠데타가 발생해 정부가 해산되면서 국제 알루미늄 시장과 증시가 술렁이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에서는 알루미늄 시세가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홍콩·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국 증시에서 중국알루미늄공사(Chalco) 등 관련 주식 가격이 크게 올랐다. 전문가들은 비단 기니발 지정학 이슈뿐 아니라 해상 물류 차질, 수출 관세 등 다양한 요인으로 알루미늄 가격의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자원 부국' 기니는 호주와 더불어 알루미늄 원재료인 보크사이트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 국가로 통한다. 보크사이트는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때만 해도 수요 급감으로 찬밥 신세였다가 올해 들어 글로벌 수요 증가와 해상 물류 차질에 따른 운임료 증가 등 여파로 급반등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또 다른 보크사이트 생산국인 러시아가 보크사이트에 올 연말까지 수출 관세를 상향 조정하면서 글로벌 수급 불안감이 커졌다.

특히 기니의 경우 군부 쿠데타 발생 수개월 전부터 정국 불안에 따른 생산량 감소 현상이 가시화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5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기니 특수부대 소속 군인들이 국영 텔레비전 방송에 등장해 정부를 해산하고 군부에 의한 과도정부를 세운다고 밝혔다. 쿠데타를 주도한 마마디 둠부야 특수부대 중령 등은 헌법을 무효화한 후 국경 폐쇄 명령과 전국 통행 금지령을 일시 발령했다.

쿠데타 세력은 수도 장악 후 즉시 폐쇄했던 국경을 다시 개방했다. 또한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 "광산 수출을 위해 해상 무역 국경을 그대로 열어두고 있으며 광산 내 생산 활동에 한해서는 통행 금지령을 해제했다"는 군부 발표가 나왔음에도 불안감이 오히려 커지면서 알루미늄 가격이 뛰기 시작했다.

6일 런던금속거래소 등 국제 금속 선물시장에서 알루미늄 3개월 선물은 1.07% 오른 t당 2785달러로 장을 마쳤다. 이는 2000달러 초반이었던 연초 가격 대비 38% 증가한 수준이다.

7일 오전 홍콩 증시와 중국 상하이 증시에서는 개장 초반 중국알루미늄공사가 수혜주로 부상하면서 4%를 넘나들며 거래를 이었다. 원재료인 보크사이트 조달 비용 증가 우려에도 중국알루미늄공사 주가가 뛴 것은 재고가 충분하다는 회사 발표 덕분이었다. 기니 쿠데타와 관련해 중국알루미늄공사 관계자는 "모든 생산 활동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으며 중국 내 공장에 보크사이트 재고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기니 쿠데타 여파로 정국이 불안해지면서 보크사이트 생산이 감소해 줄어들면 알루미늄 가격이 상승하겠지만 한편으로는 보크사이트를 미리 확보해둔 알루미늄 업체들의 수익성은 올라갈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계산이 매수세로 이어진 결과이다. 중국알루미늄공사는 중국 국영 업체로 중국 내 최대 알루미늄 생산 업체이며, 전 세계에서는 2위 업체로 통한다. 현재 기니에서 보크사이트 생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은 기니에서 생산되는 보크사이트 절반을 수입해 왔다. 중국 관세청인 해관총서에 따르면 올해 1~7월까지 중국은 전체 보크사이트 수입 물량의 55%를 기니에서, 31%를 호주에서 들여왔다. 알루미늄은 자동차 부품뿐 아니라 음료수 캔과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공장 생산 제품 전반에 사용된다. 실물 수요와 더불어 지난해 말 코로나19 백신 개발 이후 올해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며 경제 회복 기대감에 따른 투자 수요가 겹치면서 알루미늄 가격이 급등한 바 있다.

향후 기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알루미늄 생산업체들이 고전할 가능성과 함께 호주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의 경우 지도부가 친환경 정책의 일환으로 '산업현장 탄소 배출 줄이기'를 강조하면서 화석연료를 많이 쓰는 알루미늄 가공업도 탄소 배출 단속 대상이 됐다. 중국은 전 세계 알루미늄의 60%를 생산하는데 최근 단속 영향으로 자체 생산 대신 수입을 늘리는 방향으로 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호주커먼웰스은행의 비벡 다르 광업·에너지상품연구 이사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중국이 기니 보크사이트 광산 개발·생산에 막대한 영향을 줬지만 기니 정국 불안 탓에 보크사이트 수출에 차질이 생긴다면 보크사이트 가격이 더 오를 수밖에 없다"며 "'세계 2위 수출국'인 호주가 결국 이익을 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7일 한국 증시에서는 국제 알루미늄 가격 상승 소식이 전해지면서 삼아알미늄이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며 장을 마감했다. 조일알미늄도 이날 21.75% 급등하는 등 개인투자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 서울 =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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