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판 '쇼생크 탈출'.. 발칵 뒤집힌 이스라엘

6일 팔레스타인 수감자 6명 집단 탈출
숟가락으로 땅굴 파 교도소 밖 탈출
이스라엘, 헬기와 드론 띄워 검문 강화 
가자지구에 공습 감행..갈등 고조

이스라엘에서 팔레스타인 수감자 6명이 탈옥한 사건이 발생한 6일 이스라엘 군인들이 국경 지대에서 서안지구로 돌아가려는 팔레스타인들을 검문하고 있다. 서안지구=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의 한 교도소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수감자 6명이 탈옥하는 사건이 발생해 이스라엘이 발칵 뒤집혔다. 당국은 탈옥수들이 서안지구 제닌으로 도주했다고 판단하고 헬기와 드론까지 투입해 대대적 수색에 나섰다.

6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매우 중대한 사건이 발생했다”라며 “이스라엘 군과 경찰을 총동원해 탈옥수들을 뒤쫓고 있다”고 말했다. 군경은 인력을 총동원해 교도소가 있는 북부 지역과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중심으로 도로를 봉쇄하고, 검문을 강화했다. 헬기와 드론을 띄워 인근 마을 수색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스라엘 북부 길보아 교도소 관계자들이 6일 담장 밖에서 팔레스타인 수감자 6명이 탈출한 땅굴을 확인하고 있다. 베트셰안=로이터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수감자 6명은 이날 오전 1시 30분쯤 이스라엘 북부 베트셰안의 길보아 교도소에서 탈옥했다. 교정당국은 이들이 수개월에 걸쳐 화장실 바닥을 파고 땅굴을 만든 뒤 이를 통해 교도소 담장 밖으로 탈출했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사진에서 땅굴은 폭이 1m도 채 안 되는 성인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크기였다. 현지 언론들은 수감자들이 인터넷상의 교도소 내부 설계도를 참고해 숟가락으로 땅굴을 팠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보안 관계자는 이들이 교도소에 휴대폰을 밀반입했고, 이를 통해 외부 세력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담장 밖으로 빠져나온 수감자들은 대기하고 있던 차량을 타고 도주했다. 교정당국은 탈옥 사건이 발생한 지 약 3시간이 흐른 오전 4시쯤 인원 점검에서 이들이 사라진 것을 파악했다.

특히 주목되는 건 탈옥을 감행한 이들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소속 대원들이라는 점이다. 6명 중 한 명인 자카리아 주베이디(46)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집권당인 파타의 군사조직 ‘알 아크사 순교 여단’ 사령관 출신으로, 2000년 촉발된 2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인들의 반이스라엘 독립투쟁)를 이끌었다. 다른 5명도 팔레스타인 무장조직인 이슬람 지하드 조직원이다. 6명 중 4명은 종신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6일 밤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주가 불타고 있다. 가자=AFP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6일 서안지구 헤브론에서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된 팔레스타인인들의 탈옥 소식을 듣고 환호하고 있다. 헤브론=EPA 연합뉴스

이번 사건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긴장도 크게 고조됐다. 이날 밤 이스라엘 정부군은 가자지구를 공습했다. 이스라엘 측은 하마스의 '방화 풍선'에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밝혔지만, 하마스 측은 "팔레스타인 수감자 6명이 탈옥한 데 대한 분풀이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양측은 죄수 교환 등을 두고 협상을 해 왔다”라며 “향후 협상 과정에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과 이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팔레스타인 집권당 파타 대변인은 이날 트위터에 “먹이가 사냥꾼을 이겼다”며 “이스라엘 안보에 큰 충격을 안겼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대변인도 “우리 용감한 군인들의 결의를 증명하는 위대한 승리”라고 환호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