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초거대 AI' 개발에 산학연 머리 맞댄다

과기정통부 '제1회 인공지능 최고위 전략대화' 개최

픽사베이 제공

인공지능(AI) 기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오른 '초거대 AI' 개발을 위해 정부와 기업, 학계가 머리를 맞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오크우드 프리미어 코엑스 센터에서 ‘제1회 인공지능 최고위 전략대화’를 열고 초거대 AI를 포함한 AI 주도권 확보를 위한 전략적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AI는 향후 경제·사회 전 분야의 근본적 혁신을 촉진하는 핵심기술이자 국제 주도권을 좌우할 범용기술로 꼽히고 있다. 세계적으로 AI 기술 개발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가장 앞서 있다. 한국은 데이터, 컴퓨팅 자원, 인력 등 AI 개발에 필요한 자원이 미국, 중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 등이 설립한 미국의 비영리 AI 연구기관인 오픈AI는 지난해 5월 ‘GPT-3’를 발표하며 초거대 AI 개발에 불씨를 당겼다. GPT-3는 현존 최고 수준의 자연어처리 모델로 가장 뛰어난 초거대 AI로 꼽힌다. 초거대 AI는 대용량 데이터와 슈퍼컴퓨팅 인프라를 이용해 AI 연산의 매개변수(파라미터)를 수천억~수조 개로 대폭 확장해 처리할 수 있어 데이터의 양이 통상적인 모델보다 수십 배 많다.  

네이버 제공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올해 5월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자체 개발한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HyperCLOVA)’를 공개했다. 2040억 개의 파라미터를 이용해 영어 학습 데이터 기반인 GPT-3보다 한국어 데이터를 6500배 이상 학습할 수 있다.

 
LG는 AI연구원을 중심으로 6000억 개의 파라미터를 갖는 초거대 AI를 올해 하반기 공개한다. 파라미터 양으로는 GPT-3의 3배에 해당한다. 내년 상반기에는 조 단위의 파라미터를 갖춘 초거대 AI를 선보일 예정이다. 

KT는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KAIST, 한양대와 초거대 AI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SK텔레콤은 국립국어원과 AI 한국어 모델인 ‘GLM’을 개발해 하반기 ‘AI 언어능력평가대회’를 열 계획이다. 카카오는 ‘빅모델 TF’를 출범시키고 대규모 학습을 위한 인프라 구축과 민간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2026년까지 3018억원을 초거대 AI 후보군 발굴을 위한 ‘차세대인공지능핵심원천기술개발’에, 또 ‘인공지능 그랜드 챌린지’에 460억 원, ‘한국어대형언어모델기술개발’에 335억 원을 투입하기로 하는 등 학계와 연구계가 AI 연구개발(R&D) 경험을 쌓기 위한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와 함게 조만간 출범하는 산학연 협의체인 ‘AI 혁신 허브’를 초거대 AI를 포함한 AI 연구 협력의 거점으로 삼을 계획이다. 

이날 전략대화에는 이성환 인공지능대학원협의회장(AI 혁신 허브 연구책임자)이 발표자로 나서 AI 혁신 허브와 연계한 산학연 협력 방안을 제안했다. 산업계에서는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 구현모 KT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 한성숙 네이버 대표, 박정호 SK텔레콤 대표, 다니엘 리 삼성전자 글로벌 AI 센터장 등이 참석해 기업의 애로 사항과 건의 사항을 전달했다. 

또 초거대 AI 활용 확산 지원 방안과 함께 산학연의 초거대 AI 연구 협력방안이 논의됐으며, 데이터 활용과 결과물의 지적재산권 문제 해소를 위한 저작권법, 특허법, 개인정보보호법 등의 법제 정비, 법제 정비 전 관련 서비스를 조기에 실증하기 위한 규제샌드박스 활용 방안 등 AI 제도 정비도 논의됐다. 

송경희 과기정통부 인공지능기반정책관은 “논의 내용은 별도의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해 세부 내용을 구체화하고 실행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현경 기자 uneasy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