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정 불간섭' 외치던 중국이 기니 쿠데타에 반대하는 이유는?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2021. 9. 7.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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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쿠데타를 일으킨 기니 군대가 지난 5일(현지시간) 수도 코나크리의 대통령궁으로 들어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은 쿠데타로 권력을 빼앗는 것에 반대하며, 알파 콩데 대통령의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한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 6일 정례브리핑에서 밝힌 기니 구데타에 대한 입장이다. 중국이 지난 2월 발생한 미얀마 쿠데타와 관련해 내정 문제라며 미온적 태도를 보여온 것과는 극명하게 다른 모습이다.

중국이 ‘내정 불간섭’이란 원칙을 버리고 지난 5일(현지시간) 서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기니에서 발생한 쿠데타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바로 기니의 광물자원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해 온 자국에 경제적 리스크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기니 쿠데타가 해외 자원 개발 등에 있어 중국의 이익 보호 능력을 시험하고 있다고 7일 보도했다. 중국이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 등을 통해 아프리카에 많은 자원을 쏟아붓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기니의 쿠데타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특히 알루미늄 생산 재료인 보크사이트 수입량의 상당 부분을 기니에 의존하고 있다. 세계 최대 알루미늄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이 지난해 기니에서 527만t의 보크사이트를 수입했다. 기니 쿠데타 사태는 당장 알루미늄 가격을 10여년만에 최고치로 끌어올리는 등 중국과 해외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기니에는 알루미늄 사업을 위해 중국 국영 기업과 민간 기업 14곳이 진출해 있다.

기니는 철광석 등 다른 광물자원도 여전히 상당수 미개발 상태로 남아 있는 나라다. 중국은 철광석의 주요 수입원이었던 호주와의 무역 갈등 이후 대체 수입원을 찾기 위해 기니의 광산 개발에 집중 투자를 했다. 중국 기업들은 현지 기업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난해 기니 정부로부터 100억t 이상의 철광석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남동부 시만두 광산의 채굴권을 따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전 정부와 체결한 계약이 쿠데타 이후에도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왕궈칭 베이징 랑거철강정보연구센터장은 “시만두 철광석 프로젝트는 기니의 이전 정부와 체결된 것으로 중국의 투자가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며 “그 위험의 정도는 새 정부의 입장을 토대로 더 면밀히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중국 대사관도 쿠데타로 인한 영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주기니 중국 대사관 측은 글로벌타임스에 “당장 중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면서도 중국의 기존 투자와 향후 상황에 미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쿠데타 이후 새롭게 수립된 정부가 기존 정부의 계약을 재검토하고 중국 투자자들에게 기존 계약 조건의 변경이나 더 많은 세금을 요구할 수 있고, 광산 프로젝트에 직접 개입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타임스는 “기니가 세계의 공장인 중국에 산업용 재료를 공급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 변화가 관심을 끌 수 밖에 없다”며 “정치적 불안이 이미 시장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고, 중국의 해외 이익 보호 능력을 시험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중국 전문가들은 기니의 군부 지도자들이 자국 경제에 피해가 가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중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키거나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내놓고 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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