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니 쿠데타'에 알루미늄 값 10년만 최고..관련주 급등

김인오 2021. 9. 7.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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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루미늄 원료 '보크사이트'
최대 수출국 기니 정국 불안
"생산·수출 정상" 軍 발표 불구
알루미늄 1t당 2778달러 기록
2011년 이후 10년 만에 최고
7일에도 상하이·홍콩 증시서
중국알루미늄공사 주가 상승
한국도 관련주 주가 오전 급등

서아프리카 기니에서 군사 쿠데타가 발생해 정부가 해산되면서 국제 알루미늄 시장과 글로벌 증시가 출렁이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에서는 알루미늄 시세가 1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홍콩·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국 증시에서 중국알루미늄공사(Chalco) 등 관련주 주가가 급등하는 식이다. '자원 부국' 기니는 호주와 더불어 알루미늄 원료인 보크사이트를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 국가로 통한다.

7일 오전(현지 시간) 홍콩 증시와 중국 상하이 증시에서는 개장 초반 중국알루미늄공사 주가가 4% 를 넘나들면서 거래를 이었다. 기니 쿠데타 소식이 전해지기 직전 거래일인 이달 3일에 비해 약 8% 오른 수준이다. 기니 쿠데타 여파로 정국이 불안해지면서 알루미늄 원료인 보크사이트 생산이 줄어들면 알루미늄 가격이 상승하겠지만 한편으로는 보크사이트를 미리 확보해둔 알루미늄 업체들 수익성은 올라갈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계산이 매수세로 이어진 결과이다. 앞서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 따르면 6일 런던 금속 거래소 등 국제 금속 선물시장에서 알루미늄 10월물 가격이 1톤(t)당 2777.50달러로 마감해 지난 2011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앞서 5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기니 특수부대 소속 군인들이 국영 텔레비전 방송에 등장해와 정부를 해산하고 군부에 의한 과도 정부를 세운다고 밝혔다. 쿠데타를 주도한 마마디 둠부야 특수부대 중령 등은 헌법을 무효화한 후 국경 폐쇄 명령과 전국 통행 금지령을 일시 발령했다. 둠부야 중령은 "앞으로 18개월간 '화해·발전 위원회'를 열며 상황에 따라 갱신 가능한 임시 위원회"라면서 "오늘 이후 감옥에 있는 모든 정치범을 석방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새벽 쿠데타 세력은 총격전을 벌이며 수도 코나크리 소재 대통령궁에 들어가 알파 콩데 대통령을 억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데타 세력은 수도 장악 후 즉시 폐쇄했던 국경을 다시 개방했다. 다만 둠부야 중령이 시장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광산 수출을 위해 해상 무역 국경을 그대로 열어두고 있으며 광산 내 생산활동에 한해서는 통행 금지령을 해제했다"고 밝혔음에도 불안감이 오히려 커지면서 알루미늄 가격이 뛰기 시작했다.

원가 비용 상승 우려에도 중국알루미늄공사 주가가 뛴 건은 재고가 충분하다는 회사 발표 덕분이다. 기니 쿠데타와 관련해 중국알루미늄공사 관계자는 "모든 생산 활동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으며 중국 내 공장에 보크사이트 재고가 충분하다"고 밝혔고 이에 따라 6일부로 해당 기업 주가가 빠르게 올랐다. 회사 주식은 중국 본토 상하이 증시를 비롯해 홍콩, 뉴욕 증시에 상장돼 있다. 다만 6일은 '미국 노동절 휴일'로 뉴욕 증시가 휴장에 들어가면서 상하이·홍콩 증시에서 중국 알루미늄 공사 주가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중국알루미늄공사는 중국 국영 업체로 중국 내 최대 알루미늄 생산업체이며 전세계에서는 2위 업체로 통한다. 현재 기니에서 보크사이트 생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은 기니에서 생산되는 보크사이트 절반을 수입해왔다. 중국 관세청인 해관청에 따르면 올해 1~7월 중국은 보크사이트 55%를 기니, 31%를 호주에서 수입해왔다.

알루미늄 가격은 올해 들어 약 38% 뛴 상태다. 알루미늄은 자동차 부품 뿐 아니라 음료수 캔과 가전 제품에 이르기까지 공장 생산 제품 전반에 사용된다. 실물 수요와 더불어 지난 해 말 코로나19 백신 개발 이후 올해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면서 경제 회복 기대감에 따른 투자 수요가 겹치면서 알루미늄 가격이 급등한 바 있다.

다만 앞으로의 사정은 복잡하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의 마이클 위드머 금속 시장 책임 연구원은 블룸버그 통신 인터뷰에서 "보크사이트 시장은 이미 수년 동안 흑자를 내왔는 바 (기니 쿠데타에도 불구하고) 더 심각한 혼란이 발생하지 않는 한 이런 기조가 뒤집히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낙관론을 내면서도 "다만 쿠데타 여파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기니 의존도가 높은 중국 기업들이 고전하는 반면 호주 업체들은 반사효과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의 경우 지도부가 친환경 정책 일환으로 산업 현장 탄소 배출 줄이기'를 강조하면서 화석 연료를 많이 쓰는 알루미늄 가공업도 탄소 배출 단속 대상이 됐다. 중국은 전세계 알루미늄 60%를 생산하는데 최근 단속 영향으로 자체 생산 대신 수입을 늘리는 방향으로 틀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한편 호주에서는 기대감이 부각됐다. 호주커먼웰스은행의 비벡 다르 광업·에너지 상품 연구 이사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중국은 기니 보크사이트 광산 개발·생산에 막대한 영향을 줬지만 기니 정국 불안 탓에 보크사이트 수출에 차질이 생긴다면 보크사이트 가격이 더 오를 수밖에 없고 '세계 2위 수출국'인 호주가 이익을 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속 중개업체 마렉스에 따르면 지난 해 말 기준 기니는 보크사이트 총 8240만t을 수출해 세계 최대 수출국에 올랐고 이어 호주가 수출 2위를 기록했다.

기니는 지난 1958년 프랑스에서 독립한 이후 군부 통치가 이어졌고 오랜 정치적 불안에 시달려왔다. 이번 쿠데타에서 억류된 알파 콩데

대통령은 젊은 시절 군부 독재에 맞서 프랑스로 망명해 민주화 운동을 벌이다가 지난 2010년 열린 첫 민주 선거를 통해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다만 지난해 3월 콩데 대통령이 대통령 재선까지만 가능하도록 규정한 헌법 규정을 고쳐 3선이 가능하도록 새정했고, 이어 작년 10월 3선에 성공하면서 정국 갈등에 불이 붙었다. 정권에 반대하는 인사들이 정치범으로 몰려 투옥되자 당시 국민들이 '콩데 장기 집권에 반대한다'면서 대규모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한편 7일 한국 증시에서는 국제 알루미늄 가격 상승 소식이 전해지면서 삼아알미늄(장 중 18.83%)과 조일알미늄(15.09%) 주가가 오전 중 급등해 개인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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