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학원 교재도 검열 받아야"..'쌍감' 정책 이면에 담긴 의도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2021. 9. 7.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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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중국 교육부 홈페이지 캡쳐


중국 정부가 학원 등에서 사용하는 사교육 교재가 ‘시진핑(習近平) 사상’에 부합하는지를 검열하겠다고 밝혔다. 학업과 사교육 부담을 줄이겠다며 추진하고 있는 ‘쌍감(雙減)’ 정책의 이면에 교육 전반에 대한 통제와 사상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중국은 주요 대학에도 공산당 이념교육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중국 교육부는 지난 6일 ‘초·중·고생 학교 밖 교육자료 관리 방법’에 관한 통지문을 발표했다고 CCTV 등이 7일 보도했다. 교육부는 이날 통지문을 통해 “사교육 자료의 내용 편집과 심사 기준을 명확히 마련했다”며 “교육 자료가 사상성과 과학성, 적합성에 대한 요구와 기준을 넘어서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그러면서 3개항의 요구사항과 12가지 네거티브 리스트를 제시하고, 사교육 교재가 정치적 마지노선을 확고히 지키고 이념적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올바른 인재양성 방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의 첫 번째 요구사항은 사교육 교재가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지도하는 데 부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교육 자료의 내용이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과 사회주의 선진문화 등을 계승·발전 시키며 학생들이 올바른 세계관과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게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2가지 네거티브 리스트에는 당과 국가의 이미지를 희화하하고 지도자를 모욕하거나 역사를 왜곡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반중적 요소나 민족 단결을 해치는 차별 선동적 내용, 종교 교리를 퍼트리는 내용 등이 교재에 포함돼서는 안된다고 명시했다. 교육부는 이같은 기준에 따라 사교육 기관에서 교재 내용에 대한 내부 심의를 한 뒤 교육당국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지난 7월 방학과 휴일에 체육·문화예술을 제외한 교과과목의 사교육을 금지하고, 정규 교과과정을 가르치는 사교육 업체의 기업공개를 통한 자금조달을 금지하는 등 대대적인 사교육 시장 단속을 시작했다.

명목상으로는 사교육 부담을 완화하고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사교육 단속은 교육 분야의 담론과 이념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행보란 지적이 나왔다. 당시 호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담론과 이념은 중앙 정부가 통제해야 하는데 사교육 시장이 지난 몇년 새 자체적인 담론을 형성한 것이 정부의 의도와 배치됐다”고 분석했다. 이번 교재 검열 방침 또한 최근의 사교육 단속이 교육 부문에 대한 통제와 사상 교육 강화 의도를 담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은 학교 정규 교육 과정과 대학 교육에서도 사상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중국 국가교재위원회는 지난달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학습하는 것은 당과 국가의 가장 중요한 정치적 임무이며, 이 사상으로 학생의 두뇌를 무장해야 한다”며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단계적으로 학습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공산당 기율검사위원회는 지난 5일 베이징대와 칭화대, 푸단대 등 당과 국무원이 직접 관리하는 31개 직속 대학의 감찰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치와 이념을 중심으로 뿌리깊은 여러 문제가 공통적으로 발견됐다”며 이념 교육과 당 규율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정부와 당이 총동원 돼 사상 교육과 통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시진핑 주석의 장기집권을 앞두고 사회·정치적 안정을 꾀하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우쥔페이 홍콩 톈다연구소 부소장은 “당의 지난 100년 성과와 내년 당대회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되는 11월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를 앞두고 지도부는 정치적 안정을 위해 열성을 다하고 있다”며 “최근 몇 개월간 대중매체와 TV, 영화 등의 분야에서 이념 정화 작업에 주요 성과가 있었지만 과거 정치·사회적 운동에서 종종 핵심 역할을 해온 대학 등이 여전히 (당 지도부의) 주요 우려사항으로 남아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말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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