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셧다운제 폐지 소식에 아이가 웃었다

2021. 9. 7.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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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두 아들을 둔 나는 게임에 관한 한 꽤 과격한 말을 자주 뱉는다. “청소년은 컴퓨터든 휴대전화든 아예 게임 접속을 막으면 좋겠다. 아예 한 발 더 나가, 청소년 게임 금지법을 만드는 건 어떨까?”

우스개로 한 말이지만 금방 싸늘해지는 아이들 표정, 그리고 바로 되돌아오는 말, “성인 드라마 시청 금지법도 만들고, 커피와 맥주도 아예 못 마시게 10시 이후는 판매를 막아야 해.”

억울해 하며 씩씩대는 아이들을 보니, 좀 안됐기도 하지만 그런데도 내가 이런 입장을 취하기까지 아이들의 못 말리는 게임 사랑 아니 게임 집착이 분명 있었다. 갈등을 겪는 집은 나뿐만 아니다. 웬만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자녀의 게임 문제로 푸념하는 글이 빠지지 않는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게임 문제로 자녀와 갈등을 빚는 부모들의 글이 많다.


“게임을 못 하게 하니, 아이 친구들이 너 빠지면 5대5 게임을 못 한다고 뭐라 한다더라고요. 게임에서 아이들 관계가 시작되고 유지되는 것 같아 무조건 말리기 어려워요.”

“순하고 거짓말 하지 않던 아이가 게임 하려고 숙제 다 했다고 거짓말, 몰래 게임을 하다 걸리면 금방 시작했다 또 거짓말해 속상해요.”

정부가 10년 동안 유지한 ‘게임 셧다운제’를 폐지하고 ‘게임시간 선택제’를 도입한다고 한다. 청소년이 밤 12시 이후에는 게임 접속을 못 하게 막는 ‘게임 셧다운제’… 세상에 이렇게 꼭 필요한 정책을 정부는 왜 없앤다는 걸까?

10년만에 게임 셧다운제가 폐지되고 게임시간 선택제로 청소년 게임 규제가 일원화된다.(출처=KTV)


큰아이에게 ‘게임 셧다운제’ 폐지 얘길 꺼냈더니 자기는 벌써 알고 있었다며 잘된 일이라고 한다. 그리곤 “엄마 게임을 할 애들은 셧다운제 있건 말건 다 해요. 엄마 계정, 아빠 계정, 사촌 형 계정, 계정만 어른이면 되는데 누가 그걸 지킨다구.” 그러고 보니 자정 넘어까지 녀석이 게임을 할 수 있었던 건 녀석만 셧다운제를 피하는 아주 특별한 재간이 있었던 것이 아니다. 게임을 좋아하지 않고 게다가 잘 알려고도 들지 않은 부모 덕에 사촌 형 계정을 빌려 이미 이 정도 규제쯤은 너끈히 무시하고 있었던 거다. 

과연 나는 이 사실을 몰랐나? 돌아보니 몰랐다기 보다 아이와 다투기 싫어서, 모니터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총이며 방패며 정신없는 화면이 꼴 보기도 싫어서 방관하며, 가끔 분을 못 참아 공유기 전원을 끄고 “그만하고 자라” 소리만 지른 것이다.

이성을 찾자. ‘게임시간 선택제’는 또 무엇인가? 이번에는 방관만 하지 말고 잘 살펴보기로 했다. ‘게임시간 선택제’는 청소년들이 이용하는 미디어가 다양해진 영향이다. 컴퓨터만 셧다운 해봐야 아무 소용없는 일. 컴퓨터 보다 모바일 게임을 훨씬 더 많이 하는 데다, 유튜브와 웹툰, 각종 SNS 등은 또 얼마나 많은가? 

‘게임시간 선택제’란 만 18세 미만 청소년 본인 또는 법정대리인의 요청이 있을 때, 원하는 시간대로 게임 이용 시간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하며, 개별 게임회사마다 시행했던 게임시간 선택제를, ‘게임문화재단’이 일괄적으로 신청 대행을 맡아 관리한다. 10년 만에 ‘게임 셧다운제’가 폐지되고 ‘게임시간 선택제’로 청소년의 게임에 대한 규제가 일원화 되는 것이다. 

게임시간 선택제란 무엇이고, 어떤 효과가 있는지 설명하고 있다.(출처=게임문화재단)

 

‘게임시간 선택제’와 함께 정부는 보호자, 교사, 청소년 사이에 게임에 대한 소통 역량을 강화하는 정책도 시행할 예정이다. 청소년이 즐기는 인기 게임에 대한 내용과 특징 등을 안내하는 콘텐츠도 제작·배포해 게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구글이나 애플 등 플랫폼 사업자가 제공하는 ‘자녀보호기능’을 안내하는 ‘게임이용지도서’를 교육청과 함께 보급한다고 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 ‘게임 과몰입’을 포함하는 등 가정과 학교에서 청소년의 게임 이용을 지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그런데 엄마, 게임은 한 번이라도 해봤어? 게임에 대한 글을 쓰려면 제발 한 번이라도 해보고 썼으면 좋겠어. 그리고 게임 말고도 할 게 많으면 좋겠어. 청소년 문화센터 같은 데 가서 애들이랑 노래도 부르고 보드게임도 하고…. 그런데 코로나라 못하잖아.”

그러고 보니 나는 ‘게임은 애들이나 하는 거지’ 하며 은근 깔봤던 것 같다. 한 번 해보지도 않고 아이들 정서에 좋지 않다느니, 공부에 방해된다느니 한 것도 사실이다. 알지도 못하는 것에 대해 감히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어른이 아이들 눈에 곱게 보였을 리 없다.

‘그러나 얘들아, 엄마는 여전히 좀스럽고 뭘 잘 모르지만, 게임 걱정을 놓을 수는 없을 것 같구나.’

게임이 가장 즐거운 중학생 둘째.

 

택배가 왔다. 게임용 마우스다. 작은 아이가 용돈을 한 푼 두 푼 모아 산 것이다. 당장이라도 수납장 깊숙이 숨기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누른다. 조금은 다른 어른이 되고 싶기도 하다. 교과서보다 노트북과 키보드 등 게임 용품이 더 많은 아이의 책상 위에 게임용 마우스가 든 택배 상자를 가만히 놓는다.

정책기자단|신연정yjfpeace@naver.com
남다르기 보다 나 다운 글을 쓰려 노력합니다.
시민의 눈높이로 본 정책을 쉽고 생생하게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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