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주의 돌발]이재명은 '에일리언', 윤석열은 '프레데터'?

박은주 에디터 2021. 9. 7. 13:2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권경애 변호사, 금태섭 전 의원이 “여야 대선 주자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우리 정치의 대안을 제시하는 운동을 벌이겠다”며 ‘선후포럼(SF)’을 발족했다. 반(反)민주당·비(非)국민의힘 성향의 세사람이 어디로 기우는가도 대선판의 볼거리가 될 것이다. 금태섭 전 의원이 벌써 재미있는 말을 했다. “젊은 유권자에게 이번 대선을 물었더니, ‘에일리언 대(對) 프레데터’ ‘악당 대 악당’의 싸움이라 누가 이기든 우리의 미래는 어둡다고 했다.”

영화 '에이리언 대 프레데터'에 나오는 여러 에일리언(왼쪽) 중 하나와 프레데터(오른쪽) 비교 사진.

2004년 개봉한 영화 ‘에이리언 대 프레데터’는 일종의 ‘사골 전략’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1987년 개봉한 ‘에이리언(감독 리들리 스콧)’,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연의 ‘프레데터(감독 존 맥티어넌)’ 시리즈의 인기가 절정을 지나 시들해지자, 두 영화 속 괴물만 뽑아 괴수 대결 영화를 만든 것이다. 한국 만화 팬들이 ‘로보트 태권V와 마징가Z가 붙으면 누가 이길까’가 궁금해했듯, ‘에일리언과 프레데터, 누가 더 센가’도 전세계 액션 애호가들의 궁금증이었다. 이 영화를 분석한 글 중 압권은 2008년 영화전문지 씨네21의 문석 기자 글이었다. 에일리언과 프레데터의 캐릭터, 핵심무기, 전력 등을 비교했다.

에일리언: 주무기는 이중 입 공격이다. 겉으로 드러난 삐쭉빼쭉한 이빨보다도 혀가 있어야 할 자리에서 튀어나오는 입 모양의 기관이야말로 에일리언의 필살기다. 피부가 절단됐을 때 뿜어져나오는 피(또는 수액)도 무시할 수 없다. 이 강산성의 액체는 지구인들의 모든 물질은 물론이고 프레데터의 갑옷마저도 녹일 수 있다.

에일리언의 무기는 프레데터의 ‘키토산’ 갑옷도 녹여내는 강산성 액체, 그걸 뿜어내는 입. 한마디로 ‘입’이 강한 에일리언이다. 현실 정치에서는 ‘강산성 공격력’으로 볼 수 있겠다. 이런 재능을 가진 인재는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이재명 경기지사, 추미애 전 법무장관 같은 이들이 꼽힌다. 이런 분들의 ‘이빨 펀치’는 맞으면 아플 뿐더러, 어디로 향할지 몰라 선제적 방어가 어렵다.

영화 '에일리언 대 프레데터'의 2004년 개봉 당시 포스터.
프레데터: 기본 요소는 팔목과 팔뚝에서 튀어나오는 날, 단검(또는 원반형 검), 어깨에 장착하는 플라즈마 발사기, 날아가는 그물, 그리고 길었다 줄었다 하는 창 등이다...어둠이나 밀림 속에서 효과를 발휘하는 열추적 장치로는 상대방 몸속의 질병까지 투시한다… 마스크를 벗은 쌩얼은 고도의 지적 존재로서의 권위를 망가뜨리곤 한다.

프레데터의 무기는 칼과 정보력으로 꼽혔다. 칼과 창을 잘 쓴다니,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떠오른다. 심지어 ‘마스크를 벗은 쌩얼’ 대목은 공개행보 이후 부적절 언사 논란에 휘말린 윤 총장의 경우를 본 것처럼 쓰고 있다. 기사가 쓰인 시점은 2008년, 즉 이재명도, 윤석열도 그저 한 명 직업인에 불과했던 시절인데 말이다.

에일리언과 프레데터가 각기 어떤 식의 싸움에 강한가는 이렇게 묘사된다.

에일리언: 복잡한 구조와 좁은 통로가 있는 곳에서 무조건 유리하다. 빠른 발과 어둠 속에 잘 숨는 습성 덕분. 근접전에서는 막상막하지만 꼬리의 창 기능이 추가돼 좀더 유리한 듯.
프레데터: 밀림이나 들판처럼 트인 곳에서는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고화력 무기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여차하면 폭탄으로 씨앗까지 말려버릴 수도 있으니 종합적으로는 프레데터의 판정승.
왼쪽부터 이재명 경기시장,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이재명 경기지사가 ‘원톱’으로 대선 후보로 직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보수진영에서는 ‘이재명 대 윤석열’ ‘이재명 대 홍준표’ 중 어느 쪽이 유리할까 점치는 말이 한창이다. 이재명이라는 ‘거친 형님’을 상대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거친 선수’가 나서야 한다는 말도, ‘장르가 다른 선수’가 나서야 한다는 말도 들린다. 누가 되건, 치열한 싸움이 될 것이다.

오락 영화지만, 꽤 비장한 대사가 나온다. ‘누가 이기든... 우리는 진다 (Whoever wins...We lose.)” ’. 한국 개봉 때는 포스터에 더 비장한 말이 들어갔다. “누가 이기든, 미래는 없다’. 우주 괴물 사이에서 죽어나가는 인간의 신세를 한탄한 것이다.

여당과 야당의 최종 대선후보가 누가 되건, 가장 치열하고, 가장 더러운 선거판이 될 것이라 점치는 사람들이 많다. ‘에일리언 대 프레데터’ 선거가 될 것 같다는 얘기다. 내기를 한다면, ‘투표율 최고치’를 기록하는 선거 쪽에 걸겠다. 영화 ‘에이리언 대 프레데터’도 평론가들의 비웃음에도 불구, 흥행에 크게 성공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