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막말 패륜, 국민 의식도 황폐화시킨다

기자 2021. 9. 7. 11:5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 60년간 우리나라는 참혹한 6·25전쟁의 폐허에서 근검 절제와 불굴의 의지로 선진국으로 발돋움했다.

나라를 이끌어가는 정치지도자들이 권력의 힘으로 바른말을 봉쇄하고 폭력에 가까운 막말을 쏟아 놓은 것이 무비판적인 일반 국민은 물론 청소년들의 의식 세계를 지배해서 황폐화시킨다.

젊은 지도자들이 계속 이렇게 법 위에 있는 윤리의식을 파괴하는 정치를 계속하게 되면, 우리나라는 다시금 후진국으로 추락하게 될 것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태동 문학평론가 서강대 명예교수

지난 60년간 우리나라는 참혹한 6·25전쟁의 폐허에서 근검 절제와 불굴의 의지로 선진국으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아직 후진국 수준인 정치가 지금껏 쌓아 올린 모든 것을 무너뜨릴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갈등은 정당정치의 필연적 현상이지만, 지금의 진흙탕 싸움은 사회의 근본적인 윤리의식과 규범마저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일부 정치인은 정치적 이익을 위해 민주주의의 요체인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의지를 내보인다. 급기야 사회 지도자급에 속하는 법률가마저 부화뇌동해 인간의 예의도 저버리는 패륜적 막말을 쏟아낸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측 법률대리인 정철승 변호사가 여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를 비판한 원로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에게 ‘이래서 오래 사는 것이 위험하다는 옛말이 생겨난 것’이라고 패륜에 가까운 말을 했다. ‘어째서 지난 100년 동안 멀쩡한 정신으로 안 하던 짓을 정신이 탁해진 후에 시작하는 것인지, 노화현상이라면 딱한 일’이라며 모욕적인 표현으로 연민의 정을 나타냈다. 그는 법률가이면서 허위적인 말도 했다. 정 변호사는 ‘김 교수가 이승만 정권 때부터 60여 년간 반(反)민주주의를 비판한 적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실향민인 김 교수는 이북에서 경험한 김일성 독재 체제에 대해 기회 있을 때마다 비판해 왔을 뿐만 아니라, 4·19혁명 때는 연세대 교수 시위를 주동하기도 했다.

더 나아가 정 변호사는 ‘적정 수명’을 ‘요즘 80세 정도가 한도선이 아닐까’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노무현 정권 때 정동영 의원이 “60세 이상은 투표하지 않아도 된다” “60대가 되면 뇌세포가 변해 다른 인격체가 된다”고 해서 논란을 일으켰던 발언과 일치한다. 자신은 늙지 않을 것처럼 101세 노인을 폄훼하는 ‘패륜’적인 발언을 하지만, 생명을 물체로 보는 마르크스적인 유물론에 경도돼 노인의 정신세계를 파악하지 못한다. 물론 나이테가 쌓이면 인간의 기억력은 약해진다. 그러나 그동안 쌓인 경험으로 이해력이 좋아져 더욱 지혜로운 판단을 내리는 경우도 있다. 괴테는 81세에 그 위대한 작품 ‘파우스트’를 완성했다.

최근 정치판의 언어폭력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김승원 여당 초선 의원이 국회의장에게 사용한 ‘GSGG’라는 표현이 ‘개××’라는 뜻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문 대통령 복심으로 알려진 윤건영 초선 의원은 문 정권에서 참모총장을 지낸 장성들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선거 캠프에 합류하자 ‘별 값이 ×값이 됐다’고 비천한 말로 비난했다.

우리가 “말이 행동이다”라는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말을 기억하면, 문제의 심각성은 무서울 만큼 끔찍하다. 나라를 이끌어가는 정치지도자들이 권력의 힘으로 바른말을 봉쇄하고 폭력에 가까운 막말을 쏟아 놓은 것이 무비판적인 일반 국민은 물론 청소년들의 의식 세계를 지배해서 황폐화시킨다.

젊은 지도자들이 계속 이렇게 법 위에 있는 윤리의식을 파괴하는 정치를 계속하게 되면, 우리나라는 다시금 후진국으로 추락하게 될 것이다. 품위 있는 말을 하는 품위 있는 정치지도자가 대한민국에서는 결코 나타날 수 없단 말인가.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노력한 것은 ‘정치를 명예로운 직업으로 만들려는 것’이었다는 말이 기억에 새로운 요즘이다.

[ 문화닷컴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모바일 웹 | 슬기로운 문화생활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