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 사이에 두고 앉은 남녀..탈레반식 대학 강의실 '혼란'

여대생 니캅 착용·분리 수업·별도 출입 지침..엇갈리는 반응
"교육 받을 수 있어 다행".."미래 불안, 아프간 떠나고 싶을 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아프가니스탄 카불 대학이 6일(현지시간) 속속 개강했지만, 탈레반이 개강 허용 조건으로 내건 여대생 니캅·아바야(차도르) 착용, 남녀 분리 수업 등의 규정으로 혼란이 예상된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카불 가르지스탄 대학교는 예정대로 개강했지만 캠퍼스는 거의 텅 비어 있었다.

누어 알리 라마니 총장은 AFP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학생들은 이걸(탈레반의 조건) 용납하지 않으며, 대학 문을 닫아야 될 판"이라며 "여학생들은 니캅이 아니라 히잡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탈레반은 지난달 15일 수도 카불을 점령한 직후 여성도 히잡을 쓰면 교육과 노동을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탈레반 교육당국은 전일 발표한 칙령에서 눈 빼고 얼굴 전체를 덮는 니캅과 온몸을 가리는 아바야 착용을 명령했다.

또 여학생 강의는 여성 교원 담당을 원칙으로 하며, 불가피할 경우 '성품이 좋은' 노인 남성 강의만 허용하기로 했다. 남녀 학생의 수업 장소도 분리한다.

탈레반이 집권 1기(1996~2001년) 모든 여성에게 부르카 착용을 강제하고 근로와 교육을 아예 금지한 것과 비교하면 진보한 결정으로 평가된다.

일부 여학생들 사이에선 그렇게 해서라도 탈레반 체제 하에서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어 다행이라는 안도의 목소리도 나온다.

여성 장학금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주라 바만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학생들과 얘기해봤는데, 그렇게 해서라도 대학에 돌아가게 돼 기쁘다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탈레반이 여성에게 대학의 문을 여는 것은 중요한 진전"이라며 "앞으로 다른 권리와 자유에 대해서도 합의해 나가자"고 촉구했다.

다만 시설 등 환경적 요건이 마련돼 있지 않아 현실화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카불 이븐시나대학은 일단 남녀 별도 출입구를 마련했다. 학교 대변인 잘릴 타질은 AFP에 "우리는 결정을 거부할 권한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븐시나대 경제경영학과는 페이스북에 아바야를 쓴 여학생 6명과 회색 커튼을 사이에 두고 분리돼 앉은 남학생 10명의 모습이 담긴 수업 모습을 올렸다.

문제는 학생들의 출석률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점이다. 보통 학기 첫날 교내 복도는 붐비는데, 가르지스탄대의 이날 출석률은 등록 학생 1000명 중 10~20%에 불과했다.

라마니 총장은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한 이후 학생들의 30%가 아프간을 떠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제 아프간 학계의 관심사는 젊고 재능 있는 인재들이 얼마나 유출됐는지가 되고 있다.

여학생들이 등교 시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지도 아직은 불확실하다. 가르지스탄대 한 교수는 "여학생들이 캠퍼스로 올 때 검문소에서 전화기와 컴퓨터를 검문받는 등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컴퓨터공학과에 재학 중인 아미르 후세인(28)은 "탈레반 점령 이후 모든 것이 변했다. 학생들은 앞으로 미래가 불안해졌기 때문에 더이상 공부에 관심이 없다. 대부분 아프간을 떠나고 싶어할 뿐"이라고 전했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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