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주의 탈레반 본색 드러냈다.. 임신 8개월 여경 가족 앞에서 총살

정지섭 기자 2021. 9. 7.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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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근무 이유로 머리에 총 쏴..
지난달엔 부르카 미착용 여성 살해
여성 탄압으로 국제적 승인 어려워

지난달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무장단체 탈레반 지도부는 6일 발표한 성명에서 저항군 세력 거점이었던 카불 북부 판지시르주를 완전히 장악했다고 주장했다. 최근 며칠 새 저항군이 집결한 판지시르 계곡에서 격렬한 교전이 벌어졌는데 여기서 승리했다는 것이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이날 “우리나라의 완전한 안보를 위한 노력이 성과를 거뒀다”며 “판지시르주는 탈레반의 완전한 통제 아래 있다”고 발표했다. 주정부 청사에 탈레반 깃발이 내걸린 사진도 인터넷을 통해 퍼지고 있다.

하지만, 탈레반의 이 같은 발표와는 달리 내분이 심화되고 있다는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3일 카불에서 새 정부의 집권 구도를 두고 탈레반 내부 세력 간 논쟁이 총격전으로 비화해 차기 대통령 후보로 꼽히던 2인자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부상을 입었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왔다. 파키스탄 신문 더 뉴스 등 현지 매체들은 5일 “국방과 재무 등 핵심 각료 인선, 유엔·미국 제재를 받은 인물의 입각 여부 등을 두고 정파 간 이견이 지속되면서 주도권 다툼이 벌어지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탈레반은 6일 기자회견을 열고 “조만간 새 정부가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를 두고 내분설에 대한 진화 작업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지난 4일(현지 시각) 탈레반 대원들에게 총살당한 것으로 알려진 아프간 여성 경찰 바누 네가르. 그는 사망 당시 임신 8개월이었다. /BBC

이 같은 상황에서 “여성의 권리를 존중하고 보호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탈레반 대원들이 여성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하는 일이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다. 영국 BBC는 6일 아프간의 중부 고르주 주도 피로즈코에서 임신 8개월의 여성 경찰이 가족들 앞에서 탈레반 대원들에게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났다고 현지 언론과 목격자들을 인용해 전했다. BBC에 따르면 지난 4일(현지 시각) 지역 교도소에서 근무하는 여성 경찰 바누 네가르의 집에 탈레반 대원 3명이 침입했다. 이들은 네가르의 남편과 아이들을 포박한 뒤 이들이 보는 앞에서 임신 8개월의 네가르를 마구 폭행한 뒤 머리에 총을 쏴 살해했다. 가족들이 공개한 현장 사진 속에는 벽에 피가 묻어있었고 바누의 시신은 처참하게 훼손돼 있었다. 이 사건에 대해서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사건을 인지하고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탈레반이 살해하지 않은 것이 확실하며, 개인적 원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탈레반 대원 개인의 일탈로 선을 그은 것이다.

앞서 카불 함락 직후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를 입고 외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탈레반 대원이 길거리에서 여성을 총살하는 일이 벌어졌고, 4일에도 탈레반 대원들이 여성 인권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대를 폭행했다.

이 같은 일들이 반복되자 탈레반의 법치 기능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탈레반은 5일 대학 내 여학생 교육에 관한 규정을 발표, 강의실에서 학생들을 성별로 분리해서 앉도록 했다. 여학생들은 얼굴을 제외하고 목부터 발끝까지 가리는 검은색 긴 통옷인 ‘아바야’, 눈을 제외한 얼굴 전체를 가리는 ‘니캅’ 등 보수적인 이슬람 옷차림을 하도록 했다. 여성의 권리를 존중할 것이라는 공언과 달리 여성의 활동을 극심하게 통제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한편, 탈레반은 국제사회의 승인을 얻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탈레반 최고지도부는 5일 카불에서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업무 담당 사무차장과 회동했다. 이날 그리피스 차장은 탈레반에 “인도적 지원 물자의 공평한 분배와 여성·소녀·소수민족들의 권리가 보호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유엔은 밝혔다. 그러나 탈레반은 이런 내용은 전하지 않았다. 대신 소셜 미디어 등에 회동 사진을 공개하면서 “유엔이 아프간에 대한 협력과 지원을 확인했다”고만 밝혔다. 자신들의 정통성을 확립하기 위해 유엔과의 회동 일정을 활용한다는 지적이다. 탈레반은 카불 장악 후 중국·러시아·독일·이탈리아·터키 등과 접촉하며 탈레반을 정식 국가로 승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방국가의 분위기는 부정적이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최근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물론 그 누구도 탈레반을 ‘좋은 행위자’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도 “아프간인들을 돕기 위해 대화 필요성을 느끼지만, 이들을 승인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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