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산의마음을여는시] 폐선
- 2021. 9. 6.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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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는 순풍에 돛을 펄럭이며 너른 바다를 향해 달려 나갔습니다.
낯선 항구에 정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배는 단순히 머무는 것이 아니라 버티고 있는 중입니다.
우리라는 배는 잠시 닻을 내려 숨을 고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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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철
끝내
검은 모래바람을 들이켜고
지평선 너머로
찢어진 돛을 날리더라도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단지
멈춰선 곳에서
닻을 품고
버티는 것이다
검은 모래바람을 들이켜고
지평선 너머로
찢어진 돛을 날리더라도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단지
멈춰선 곳에서
닻을 품고
버티는 것이다
배는 순풍에 돛을 펄럭이며 너른 바다를 향해 달려 나갔습니다.
그런데 순탄하게만 항해할 줄 알았던 배가 그만 폭풍우가 몰아쳐서
낯선 항구에 정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푸른 바다를 가르던 돛이 검은 모래바람을 들이켜고
수평선이 아닌 지평선 너머로 찢어진 채 펄럭입니다.
배는 단순히 머무는 것이 아니라 버티고 있는 중입니다.
별도 달도 한 번도 보지 못하고 앞만 보고 급하게 달려온 지금,
우리라는 배는 잠시 닻을 내려 숨을 고르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직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곧 찢어진 돛을 튼튼하게 기워서
닻을 올려 거센 파도를 타고 유유하게 항해할 겁니다.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절대 서두르지 않으면서
세상을 향해 나아갈 겁니다.
박미산 시인, 그림=림지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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