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일할 수 있는 사회'와 법제

- 2021. 9. 6.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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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육체노동을 하찮게 여기지만, 그 안에는 자유가 있어. 고된 일을 마치고 집에 가면 천국을 누리지."

영세하고 열악한 사업장에 종사하는 근로자일수록 두터운 보호가 필요하나 현실적인 여건과 법령상 제한으로 오히려 혜택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생긴다.

앞으로도 정부는 노동의 가치가 지켜질 수 있도록 여전히 법령의 사각지대에서 '일하는' 사람을 법적으로 보호하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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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육체노동을 하찮게 여기지만, 그 안에는 자유가 있어. 고된 일을 마치고 집에 가면 천국을 누리지.”

2003년 개봉한 짐 캐리 주연의 영화 ‘브루스 올마이티’에 나오는 대사다. 영화 속 신(God)은 청소부 차림으로 직접 대걸레질을 하며 주인공에게 노동의 가치를 일깨운다.
이강섭 법제처장
돈을 벌기 위해 마지못해 일하기도 하지만, 열심히 일해서 무언가를 이루고 정당한 대가를 받을 때면 먹고 노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만족감이 있다. 일하는 것은 경제활동일 뿐만 아니라 나를 인정받고 자아를 실현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일이나 노동은 꼭 필요하고 중요하기에 헌법에서도 모든 국민에게 ‘근로’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노동 현실은 녹록지 않다. 청년은 물론이고 고령자 등 취약계층의 실업과 취업 문제는 해결하기 쉽지 않은 시대 과제이다. 게다가 어렵게 취업문을 통과했어도 들어간 직장이 ‘근로기준법’이 전면 적용되지는 않는 상시 근로자 4명 이하 사업장일 수도 있다. 영세하고 열악한 사업장에 종사하는 근로자일수록 두터운 보호가 필요하나 현실적인 여건과 법령상 제한으로 오히려 혜택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생긴다. 4명 이하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확대 적용하자는 논의가 나오는 까닭이다. 소규모 사업장의 현실 여건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동시에 근로자의 근로여건도 한 걸음씩 개선돼야 할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최우선으로 추진해 온 일자리 정책에는 일자리를 얻지 못한 구직자에 대한 지원과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지원이 모두 포함돼 있다. 올해 시행된 ‘구직자 취업촉진 및 생활안정지원에 관한 법률’에서는 국가가 저소득 가구 구직자의 구직기간 동안 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하고 전 국민에게 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또 올 7월부터 시행된 ‘고용보험법’에서는 택배원 등 노무 제공자를 고용보험 적용 대상으로 편입하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는 특수형태근로 종사자에 대한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해 사회적 취약계층이 실업의 위험에 대비하고 보호받을 수 있게 했다.

전통적인 근로자 개념을 넘어서 다양한 근로나 노무 제공 형태를 반영한 사례도 있다. 내년에 시행될 ‘가사근로자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이 그 예인데, 종전에는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했던 가사서비스 제공자를 가사근로자로 정하고 그 근로조건을 정했다. 앞으로는 가사근로자도 퇴직금, 4대 보험, 최저임금, 연차휴가 등을 적용받을 수 있게 된다. 법제처는 이러한 법률이 마련되는 과정에서 관련 법령이 적법성·타당성을 확보하고 제때에 원활히 시행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지원을 했다. 이에 더해 앞으로는 다수의 노동 관계법이 제정·개정되면서 상호 관계가 복잡해져 이해하기 어려워졌거나 법체계의 개편 또는 정비가 필요한 부분은 없는지도 계속해서 살필 것이다.

육체적·정신적인 힘을 들여 일하는 노동으로 더 행복한 개인과 더 건강한 사회가 만들어진다. 앞으로도 정부는 노동의 가치가 지켜질 수 있도록 여전히 법령의 사각지대에서 ‘일하는’ 사람을 법적으로 보호하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법제처도 최선을 다해 필요한 지원을 하리라 다짐한다.

이강섭 법제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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