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독주에 한정되지 않는 스펙트럼"..박재홍, 부조니 콩쿠르 한국 두 번째 1위

문학수 선임기자 2021. 9. 6.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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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스승 김대진 교수 “드문 음악가”
김도현도 2위, 특별상 거머쥐어

제63회 부조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 1~3위 수상자들. 왼쪽부터 루카스 슈테르나트, 박재홍, 김도현. 부조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제공

2014년 이화경향음악콩쿠르 피아노 부문 중등부에서 우승했던 박재홍(당시 15세)은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를 존경한다”고 했다. “피아노 이외에 다른 직업을 가져야 한다면 과학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도 했다. 7년이 흘러 어느덧 22세 청년 연주자가 된 그가 희소식을 전해왔다. 지난 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볼차노에서 막을 내린 제63회 부조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박재홍이 우승(1위)을 차지했다. 작품 최고상, 실내악 연주상 등 특별상도 4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1949년 시작된 이 콩쿠르는 심사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알프레트 브렌델, 외르크 데무스, 마르타 아르헤리치, 게릭 올슨, 리처드 구드 등 저명한 피아니스트들이 그동안의 수상자 명단에 올라 있다. 한국 출신이 우승한 것은 2015년 문지영이 처음이다. 그 밖에 역대 한국인 수상자로는 1969년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특별상에 해당하는 금메달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서혜경(1980년 1위 없는 2위), 이윤수(1997년 1위 없는 2위), 손민수(1999년 3위), 조혜정(2001년 2위), 임동민(2001년 3위), 김혜진(2005년 3위), 원재연(2017년 2위) 등이 있다.

박재홍은 한국예술종합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이다. 피아니스트이자 이 학교의 총장인 김대진 교수의 제자다. 김 교수는 그동안 김선욱, 손열음, 이진상 등 뛰어난 피아니스트들을 가르쳤다. 특히 그의 제자들 가운데 문지영과 박재홍은 부조니 콩쿠르에서 6년을 간격으로 잇따라 우승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김 교수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부조니 콩쿠르에 대해 “엄격한 심사를 통해 흔들림 없는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면서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피아노 콩쿠르 가운데 하나”라고 평했다.

국내에서 유난히 관심이 많은 쇼팽 콩쿠르가 ‘오로지 쇼팽’의 음악으로 경연하는 것과 달리, 부조니 콩쿠르는 다양한 작곡가들의 음악으로 실력을 겨룬다. 독주뿐 아니라 실내악 연주,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등을 통해 참가자들의 역량을 입체적으로 평가하는 것도 특징이다.

김 교수는 박재홍에 대해 “피아노 독주에만 한정되지 않는, 매우 넓은 스펙트럼을 지닌 음악가”라는 평을 내놨다. “어린 시절부터 반주도 잘하고 실내악 연주에도 빼어났다. 교향곡도 자주 듣는 것으로 알고 있다. 솔직히 이런 피아니스트는 흔치 않다. 대개 자신의 장르에만 몰입하고 그 밖의 것에 대한 관심은 덜한 경우들이 많다. 하지만 재홍이는 음악적인 폭이 매우 넓다. 이번 콩쿠르에서도 실내악 연주상을 받는 등 그런 지점이 크게 돋보였다.”

이외에도 올해의 부조니 콩쿠르는 또 하나의 희소식을 전해왔다. 김도현(27)의 2위 수상이다. 특별상으로 현대작품 연주상도 함께 받았다. 그는 2017년 베르비에 페스티벌 방돔 프라이즈 콩쿠르에서 1위 없는 공동 2위, 2019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세미 파이널 특별상을 받은 바 있다. 미국 클리블랜드 음악원에서 피아니스트 백혜선과 세르게이 바바얀을 사사했으며, 현재 이 학교의 전문 연주자 과정에서 수학하고 있다. 3위는 오스트리아의 루카스 슈테르나트(20)가 차지했다.

문학수 선임기자 sachi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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