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달째 거리로 나온 인도 농민들 "기업에만 유리한 농업법 철회하라"

박은하 기자 2021. 9. 6.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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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영세소농 숙식 시위 “총파업”
“농산물 시장화 압력 커지면
우리 삶은 더욱 피폐해질 것”
내년 선거 ‘정부 심판’ 주목

세계에서 농민이 가장 많은 나라인 인도에서 1년 넘게 농민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인도 농민들은 정부가 ‘제2의 녹색혁명’을 내세우며 추진한 농업법이 기업에만 유리하다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 무자파르나가르시에서는 5일 농업3법에 반대하는 시위가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2억4000만명이 거주하는 우타르프라데시주는 인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주이자 대표적 농업지역이다.

현지 경찰 집계에 따르면 50만명 이상의 농민들이 이날 집회에 참여했다. 시위 주최 측은 시위가 시작된 이후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시위는 지난해 8월 펀자브 지방에서 처음 시작된 후 전국 각지로 확산됐다. 지난해 11월부터는 수도 뉴델리로 향하는 주요 고속도로 길목마다 농업법에 반대하는 수만명의 농민들이 먹고 자며 역대 최장기 시위를 이어왔다. 지난 1월에는 수천명의 농민이 트랙터를 앞세워 뉴델리 시내에 진입, 유적지 등을 누비고 경찰과 충돌했다. 코로나19의 확산과 농번기 시작으로 3월엔 시위가 주춤했으나 5월 수확철이 지나면서 다시 열기가 타올랐다.

농민들이 철회를 요구하는 법은 ‘가격보장 및 농업서비스 계약법’ ‘농산물 무역 및 상거래 촉진법’ ‘필수식품법’이다. 농산물 판매와 유통 등에 민간기업을 끌어들여 경쟁력을 높인다는 취지의 법이다. 새 법이 통과되면서 농민들은 국가 도매시장 대신 민간 유통업체와 직거래할 수 있게 됐다. 농산물 비축 규제도 느슨해졌고, 농산물의 온라인 판매 등도 수월해졌다.

하지만 인도 농민들은 시장화 압력이 커지면 자신들의 삶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인도는 영세소농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2019년 1만281명의 농민들이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자살했다. 토지의 55%를 5%의 인구가 소유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농산물 유통을 민간에 개방하면 소농들이 무한 저가판매 경쟁에 내몰리고 몰락할 수 있다는 것이 농민들의 주장이다.

농민들은 이달 27일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이다. 타임스오브인디아는 “코로나19로 다소 주춤했던 시위가 우타르프라데시주에서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다시 불타올랐다”고 전했다. 우타르프라데시주는 내년 지방선거를 치른다. 집권 여당인 인도국민당(BJP)의 강세지역인 이곳에서 벌어진 대규모 농민 시위가 정부 심판 투표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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