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하나만 보고 살았다" 소방관 극단적 선택 왜?
[KBS 대전] [앵커]
대전의 한 40대 소방관이 "정의 하나만 보고 살았다,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유족과 일부 동료들은 숨진 소방관이 '직장협의회장'을 맡으면서 상사나 다른 동료들로부터 모욕과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백상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어제 오전 46살의 한 소방관이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유서에는 "누가 뭐라 해도 정의 하나만 보고 살았다. 가족, 어머니 미안해요."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이 소방관은 지난 2월부터 직장협의회 회장을 맡아 활동하다가 지난 6월 병가를 내 휴직 중이었습니다.
유족과 동료들은 고인이 평소 상사 직원 등으로부터 모욕적인 발언을 들어 힘들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4월 열렸던 대전소방본부 회의의 녹취 파일을 공개했습니다.
119상황실 직원들의 식사 장소를 상황실 내로 제한한 데 대한 개선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는데 회의 안건과 관련 없는 고인의 좌석 위치를 지적합니다.
[상급자 소방관/음성변조/지난 4월 : "이거 좌석 배열을 누가 한 거예요? 직접 대표자로 앉은 거예요. 그쪽에?"]
근무 기간에 대한 면박도 이어집니다.
[상급자 소방관/음성변조/지난 4월 : "지금 여기 ○○○ 반장님 같은 경우는 4년 6개월, 5년 가까이 근무를 하고 있어요. ○○○ 주임(숨진 소방관)이 지금 올라온 지 몇 개월 됐어요?"]
허리디스크가 있는 동료를 위해 고인이 새 의자를 요청하자 한 상사가 업무에나 충실하라며 면박을 줬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유족은 고인의 극단적 선택이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숨진 소방관 배우자 : "밥을 먹어도 혼자 있는 사람처럼, 아이들이 지나가도 그렇게 다정했던 아빠가 멍하니 한 곳만 바라보고…."]
당시 회의를 주관한 책임자는 분위기가 강압적이지 않았다고 해명했고, 대전소방본부는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백상현입니다.
촬영기자:홍성훈
백상현 기자 (b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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