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근의 롤리팝]아무리 일본이 예전같지 않다고 하지만..
대회 기간동안 자주 들은 얘기가 있다. “일본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다. 도쿄에 정착한지 20~30년이 넘은 교민들이 그렇게 한탄했고 패럴림픽을 취재하러 온 베테랑 기자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달 20일 나리타 공항에 도착했을 때부터 ‘일본이 이상하다’는 느낌을 나 역시 받았다.
일본인 특유의 미소는 서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여유에서 나오는 듯했다. 그러나 오랜만에 찾은 지금의 일본은 달랐다.
공항을 빠져나와 숙소에서 자가격리를 3일간 할 때는 더 허술했다. 서류에 이름을 적고 사인을 하는게 중요하지, 취재진이 실제 어디로 얼마나 다니는지는 관심 밖이었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었다. 완벽을 추구하던 일본은 없었다.
경기장 사전취재 등록도 유명무실했다. 앱을 통해 하루전에 취재를 예약하는 시스템인데 무의미했다. 실제 대다수 경기장에서 기자의 사전등록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
십수년전 기억과 오버랩됐다. 도쿄에 야구출장을 왔는데, 동료가 지하철에 노트북 가방을 두고 내렸다. 군인이 총을 잃어버린 상황과 같아 다급하게 역사에 전화를 했다. 지하철 관계자는 “역 종점에서 잘 보관하고 있으니 찾아가라”고 했다. 당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사소한 사건이었지만 그 후로 ‘일본사회가 정직하다’는 인상을 갖게 됐다. 유럽 관광지나 미국 대도시에서 카페 테이블에 지갑이나 휴대폰을 올려두고 자리를 비우면 금세 사라진다. 물건을 두고 간 사람이 바보다.
그런데 일본이 아무리 이전 같지 않고 과거의 한 지점에서 멈춰버린 사회처럼 느껴져도, 여전히 우리보다 나은 점이 두루두루 보였다. 특히 청결한 도로와 미소 띤 얼굴이 자주 눈에 띄었다. 경찰, 주차안내원, 자원봉사자, 경기장 관계자 모두 스스럼없이 방싯하며 인사했다. 시킨 게 아닌 몸에 배어 있는 태도였다.
혼네와 다테마에가 다른게 일본인의 특징이라고 한다. 그들이 보여준 미소는 가식일 수 있다. 그럼에도 무표정 보다는 웃는 얼굴이 낫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자동차는 보행자보다 먼저 지나가지 않았고 횡단보도로 슬금슬금 밀고 들어오지 않았다. 도쿄의 차들은 대체로 소란스럽지 않았다. 좁은 길에서도 사람과 자전거는 보호받았다. 나는 개인적으로 운전 문화를 그 나라의 문화 척도라 생각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 표준을 만들고 새 기준을 제시할만큼 성장했다. 다른 나라가 따라올만큼 국제적 위상이 부쩍 올라갔다. 그러나 사람을 대하는 사소한 배려나 길거리 문화만 놓고보면 20년 간 정체된 일본만 못하다.
물론 코끼리 다리를 만지고 나무라고 착각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하지만 올림픽과 패럴림픽 메달보다 그들의 몸에 습관처럼 배어 있는 태도가 더 탐났다. 그건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고 오랜 시간 숙성되어야 몸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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