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 효과를 낮추는 '방해꾼 물질' 국내 연구진 발견..억제 방법도 찾아

[경향신문]
국내 연구진이 암 치료 효과를 떨어뜨리는 몸속 ‘방해꾼’ 물질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 물질을 억제할 수 있는 방법도 함께 규명해 향후 항암 효과를 높일 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남정석 광주과학기술원(GIST) 생명과학부 교수팀은 대장암 환자의 암 조직에 대한 유전체 연구를 통해 항암치료에 저항하는 몸속 물질인 ‘CD45’를 발견했다고 6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테라노스틱스’ 온라인 최신호에 게재됐다. CD45는 과학계에서 ‘면역세포 표지자’로만 알려져 있었다. 외부에서 몸속으로 바이러스 같은 물질이 들어오면 면역 반응을 활성화하는 일종의 ‘버튼’ 역할을 한다. 하지만 암세포 내에서는 어떤 기능을 하는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다.

연구진은 최근 대장암 항암치료가 잘 듣지 않는 암 조직에서는 유독 CD45가 강하게 발현돼 있다는 점을 우연히 발견했다. 이 사실을 눈여겨보고 분석에 들어간 연구진은 CD45가 발현된 암세포는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에도 살아남아 암의 증식을 유도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암 환자 가운데에는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 효과가 다른 환자보다 낮은 경우가 있는데, 그 원인과 향후 치료 효과를 예상할 계기를 찾아낸 셈이다.

연구진은 CD45를 억제할 수 있는 방법도 알아냈다. 연구진은 CD45를 발현하는 암세포가 암 조직을 꾸준히 재생성하는 특성을 지녔다는 것을 밝혀냈는데, CD45를 억제하도록 이미 개발된 면역 약물을 써 암 재발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을 규명한 것이다.

남정석 교수는 “난치성 암을 극복할 새 전략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데 연구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