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의 향? 발냄새인가요".. 국방부 이벤트에 군인들 "당황스럽다"

김자아 기자 2021. 9. 6.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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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제 73주년 국군의 날을 맞아 '국군의 향' 향수 증정 행사를 기획했다./국방부

국방부가 제73주년 국군의 날을 맞아 ‘국군의 향’ 향수를 제공하는 대국민 행사를 기획했다. 이를 두고 전현직 국군 장병들 사이에서 “당황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6일 국방부는 공식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2021 국군의 날, 국군의 향이 여러분을 찾아간다”며 “올해 10월1일은 무슨 날일까요?”란 질문을 던졌다. 정답을 맞힌 응모자에게는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의 시그니처 한정판 향수를 선물로 제공한다.

향수는 육, 해, 공, 해병대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4개 향으로 특별 제작한 ‘국군의 향’이다.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과 국내 조향 업체 121르말뒤페이가 협업해 제작했다.

해당 행사 소식이 전해지자 국군 장병들 사이에서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일부 네티즌들은 행사에 직접 참여하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 네티즌은 자신의 블로그에 해당 행사 소식을 공유한 뒤 “멋진 컬래버레이션”이라며 “도대체 해병대의 향이란 (무엇일지) 너무 궁금하다. 웬만하면 출시도 해줬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궁금해지는 제품”이라고 글을 남기기도 했다.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에 따르면 ‘국군의 향’은 군대 내부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한 국군 장병은 “생각보다 좋은 향이 나서 우리 군 이미지가 이런 느낌이구나 하는 자부심이 들었다”며 “시판되면 구입해보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육군 KCTC 쌍방훈련 준비 및 예행 연습 모습.(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연합뉴스

그러나 일부 전현직 국군 장병들은 ‘국군의 향’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익명을 요구한 육군 A중사는 “국군의 향이라고 하자마자 화약냄새, 땀냄새, 화생방, 발냄새 등 안 좋은 냄새만 떠올라 당황스럽다”면서도 “직접 뿌릴 의향은 없지만 군인들에게 전시용으로 선물을 준다면 보관할 의향은 있다”고 했다. 해병대 출신 직장인 박모씨(31)는 “해병대 냄새라면 곰팡이 냄새 아니냐”며 “안 그래도 D.P.(넷플릭스 드라마) 보다가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왔는데 향수 냄새 맡으면 또 군대 기억 떠올라서 PTSD 올 것 같다”고 했다. 온라인상에서도 “그 돈으로 차라리 군인들 밥 먹이는 데 신경 써라” “국군 향수에서 땀냄새 나는 거 아니냐”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이 같은 우려에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 측은 “국군의 향은 흔히 떠올리는 땀냄새와는 거리가 멀다”고 선을 그었다. 기획단 관계자는 “힘들게 훈련한 장병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땀 냄새도 군의 현실적인 향”이라면서도 “군 장병의 사기를 높일 수 있도록 각 군의 정체성을 향으로 형상화했다”고 했다. 실제로 출시될 향은 ▲육군의 푸르른 초원이 떠오르는 우디향 ▲해군의 깊은 대양을 표현한 아쿠아향 ▲공군의 청명한 하늘을 형상화한 후레시향 ▲해병대의 용맹함과 작열하는 태양을 표현한 해변의 향 등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는 “국군의 날은 대내외에 한국군 위용과 전투력을 과시하고 국군장병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지정된 기념일”이라며 “이번 행사는 국군의 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국군들의 강인함을 시청각적으로만 보여줘 왔기 때문에 각 군을 대표하는 향도 함께 전달하자는 취지로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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