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과 나무로 이루어진 동·서양의 건축문명 어떻게 달랐나
건축재료로서의 나무는 가공성 뛰어나
돌은 불과 물에 강한 내구성 측면 월등
권위의 표현 피라미드 등 대표적 사례
고대 이래 건축의 중요 모티브는 높이
8세기 이후 동아시아 유행개념은 깊이
경복궁 등 중요 건물은 담장·문 에워싸
서울대 전봉희 교수는 최근에 낸 책 ‘나무, 돌, 그리고 한국 건축 문명’에서 “쉽게 얻을 수 있고, 강도와 가공성 면에서 집짓기에 적당한” 돌과 나무로 이루어진 동서양의 건축문명에 대해 소개한다. 이를 통해 한국 건축의 특성도 드러낸다.
◆돌과 나무, 인간의 시간을 품은 가장 오래된 재료
가장 오래된 건축 재료인 돌과 나무 중 어느 쪽이 가치가 뛰어날까. 전 교수는 “나무가 낫다”고 단언한다. 돌이 나무보다 단단하기 때문에 더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건축재료로서 단단함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건축은 그냥 쌓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부재를 끼우고 짜맞춰 만들고”, “표면에 무늬도 넣고 장식도 해야 하는” 만큼 적당한 가공성이 필수인데 나무는 이 점에서 완벽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돌은 한 가지 월등하고, 결정적인 성질을 갖고 있다. 나무보다 훨씬 오래 간다는 점이다. 불과 물에 강하고 나무 건축에 큰 피해를 입히는 벌레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런 특성으로 강하고 오래 가는 권위를 표현하는 종교 건축, 권위 건축에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피라미드, 그리스 신전, 로마의 개선문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금 우리가 접하는 전통 건축은 돌로 된 것은 서양에, 나무로 된 것은 동양에 상대적으로 많다. 이 때문에 재료를 기준으로 한 건축문명을 유럽과 아시아로 구분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전 교수는 “나무 건축과 돌 건축의 경계를 찾으려면 고대 문명권의 발달 과정을 볼 필요가 있다”며 이런 일반적인 인식의 오류를 지적했다. 알렉산더 대왕의 원정으로 인도 문명권과 유럽 문명권이 연결된 이래 인도의 건축은 유럽에 가까웠다. 인도 문명의 영향을 받은 인도네시아의 보로부두르 유적,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유적이 돌로 만든 거대한 기념비라는 사실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남는 것은 중국 문명권이다. 고비사막, 히말라야 산맥 등 때문에 다른 고대 문명과 “멀리 떨어져 오랫동안 고립되어 발달한” 중국 문명권은 동쪽으로 한반도와 일본, 남쪽으로는 베트남 북부까지 영향을 미친다. 전 교수는 “건축 문명을 기준으로 보면 동서 경계는 중국 문명권과 그 외 지역으로 나뉜다”며 “한국 건축은 세계적으로 매우 특수한 건축 전통 속에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동양 건축, ‘높이’보다는 ‘깊이’
지금도 그렇지만 높이는 고대 이래 건축의 중요한 모티브였다. 신전이나 궁전처럼 권위가 중요한 건축의 경우 더욱 극적으로 드러났다.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를 피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기도 했다. 이는 동서양 건축에 공히 적용되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지금은 남아 있지 않으나 고구려에는 50∼60m의 목탑이 있었으리라 추정된다.
하지만 불국사의 다보탑이나 3층 석탑 등 10m 내외에 머무는 통일신라 이후의 불탑에서 보듯 높이에 대한 강한 집착은 8세기 이후 옅어진다. 그 이유는 분명치 않으나 높이를 대신해 동아시아에서 오랫동안 유행한 개념은 ‘깊이’다. 대표적인 것이 궁궐이다.
경복궁을 보면 중요한 건물은 모두 담장이나 회랑으로 둘러싸여 있고 전면에는 문이 있다. 정전인 근정전에 이르기 위해서는 광화문, 흥례문, 근정문 세 개를 통과하도록 한 것은 두드러진 사례다. 각각의 문은 담을 동반하고 있어 “계속 경계를 넘어야 비로소 지극히 엄숙한 공간에 다다를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중국 황제가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장소인 천단도 비슷하다. 천단을 둘러싸는 담장, 비어 있는 마당과 숲의 넓이는 다른 어느 건축물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높이가 아니라 깊이로 천단이 다른 건물보다 높은 위계를 가진다는 사실을 표시한 것이다. 전 교수는 “서양 건축이 계속해서 높이에 대한 경쟁을 벌인 것처럼 동아시아에서는 깊이 경쟁, 즉 몇 겹이냐의 경쟁이 계속됐다”며 “양파 껍질 까듯 계속 문을 열고 들어가도록 겹겹이 에워싸는 건물이 탄생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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