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플랜 B 안 보여준 벤투호, 레바논전서 기대해도 될까?

이현호 기자 2021. 9. 6.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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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장기 프로젝트를 짤 때 플랜 B는 필수적이다. 과연 축구대표팀의 플랜 B는 무엇일까.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7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레바논과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2라운드를 치른다. 한국은 지난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1라운드에서 이라크와 0-0으로 비겼다.

이라크전은 졸전이었다. '비겼지만 잘 싸웠다'와 같은 자기 위로도 불가능했다.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기준으로 한국은 36위, 이라크는 70위인 걸 감안하면 한국은 홈에서 승점 3점을 따야만 했다. 단순히 순위로만 평가할 게 아니라 양 팀 선수들의 객관적인 능력을 비교해봐도 한국은 이겼어야 했다.

결국 나란히 승점 1점씩 나눠 가졌지만 90분 경기가 끝나고 나서 한국은 고개를 숙였고, 이라크는 환호했다. 이라크의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강팀 한국 상대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다. 한국 팀에게 2~3차례밖에 기회를 내주지 않았다. 공격을 잘 막아낸 수비진을 칭찬하고 싶다"라고 자평했다.

홈 앤 어웨이 방식으로 치러진 역대 월드컵 최종예선을 돌아볼 때, 1차전에서 0득점한 경기는 이번이 유일하다. 1998 프랑스 월드컵 예선부터 2018 러시아 월드컵 예선까지 5차례 최종예선에서(2002 한일월드컵은 개최국 자격으로 예선 불참) 거둔 1차전 성적은 4승 1무. 그중 유일한 무승부는 2008년 중국 상하이에서 중립경기로 열린 북한전(1-1)이었다.

그만큼 이번 최종예선 스타트는 실망적이었다. 특히 핵심 공격수 손흥민이 이라크 집중견제에 막혀 유효슛 1개도 쏘지 못했다. 그렇다고 다른 공격진에게 슛 기회가 간 것도 아니다. 이라크전을 마치고 나온 벤투 감독은 "오늘처럼 손흥민이 막혔을 때 대책이 있느냐"라는 질문을 받았다.

공격 플랜 B를 묻는 말이었다. 벤투 감독은 "상대팀도 손흥민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오늘 이라크전뿐만 아니라 다른 경기에서도 손흥민은 집중견제를 받았다. 그에 대한 해법을 찾기도 했지만 이라크전에서는 못했다"라며 플랜 B 존재 유무에 대해서 두루뭉술하게 답했다.

손흥민만 막힌 게 아니다. 원톱 공격수 황의조는 수개월째 예전만 못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벤투 감독이 중용하는 공격형 미드필더 남태희는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중도 하차했다. 이재성, 황희찬 등은 유럽-한국 장거리 비행 탓에 시차적응이 덜 된 모습이었다.

플랜 A는 뚜렷하지만 플랜 B는 제대로 보여준 적이 없어서 문제다. 벤투 감독은 2018년 8월 말부터 현재까지 3년간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다. 이 기간 동안 보여준 포메이션과 전술은 매번 비슷했다. 4-2-3-1이라는 큰 틀 안에서 손흥민 위치만 바뀌는 수준으로 경기에 임했다. 공격 패턴이 매번 비슷하니 상대팀 입장에선 한국을 대비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이번 레바논전에서는 변화를 시도해볼 법하다. 벤투 감독은 공격수 조규성을 처음으로 대표팀에 소집했다. 186㎝ 장신 스트라이커 조규성은 황의조와 다른 캐릭터다. 게다가 군생활 하며 몸까지 키워 내구성이 강해졌다. A매치 데뷔전을 간절히 바라고 있을 조규성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황의조는 "규성이는 피지컬도 좋고 슛도 좋다. 옆에서 많이 보고 배우고 있다"라며 칭찬했다.

2선에서 남태희 대체자로 떠오르는 선수도 있다. 울산 현대에서 절정의 기량을 보여주는 이동경이 그 주인공이다. 이동경은 이미 2020 도쿄올림픽을 통해 동나이대(U-23) 최강 미드필더라는 걸 증명했다. A매치 통산 기록은 4경기 출전 1골이다. 주무기인 왼발 프리킥과 중거리슛은 점점 더 예리해지고 있다. '이동경 존'에 걸리면 최소 유효슛은 나온다고 보면 된다.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선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야 한다. 한국이 속한 A조에서 나머지 5팀(이란, 시리아, UAE, 이라크, 레바논)은 모두 중동국가다. 죽음의 중동 원정까지 고려하면 이번 홈경기 레바논전에서 승리는 필수다. 플랜 A에 차질이 생긴 벤투호가 플랜 B를 보여줘야만 할 때다.

글=이현호 기자(hhhh@soccerbest11.co.kr)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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