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난초 '석곡'이 난데없이 가을에 2번째 꽃 피운 이유는?

[경향신문]

지난 8월말 제주 서귀포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에서 올해 두번째로 피어난 석곡의 꽃.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가을장마가 길어지면서 1년에 한 번만 꽃을 피우는 멸종위기종 난초 ‘석곡’이 올해 두 번째 꽃을 피웠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제주 서귀포에 있는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희귀식물 석곡이 지난 5월에 이어 지난달 말에도 꽃을 피웠다고 6일 밝혔다.

난초과 식물인 석곡은 바위나 나무에 붙어살며 공중 습도에 민감하기 때문에 제주도와 남해안 등 습도가 높은 지역에서 주로 자생한다. 특히 제주도는 일반적으로 한국 평년 봄철 강수량(237㎜)보다 2배 이상 많은 비(540㎜, 서귀포 기준)가 내려 석곡 등 착생란의 꽃이 피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석곡은 일반적으로 5∼6월 사이에 1차례 개화한다. 지난 5월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의 석곡도 꽃을 피웠다.

지난 5월 핀 석곡의 꽃.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그런데 이 석곡이 지난달 말 다시 꽃을 피웠다. 산림과학원 관계자는 “올해 39년 만에 가장 늦게 시작된 7월 장마가 8월 가을장마로 이어지면서 8월의 기후 조건이 일반적으로 석곡이 꽃을 피우는 봄철과 비슷해지면서 다시 개화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8월 말에 핀 석곡 꽃은 흰색으로, 5월 초에 핀 선명한 분홍빛의 석곡보다 꽃잎이 좀 더 가늘다.

이임균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장은 “이런 현상이 올해만 발생하는 예외적인 상황인지 여부 등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