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날도 오네요", "손님도 없는데 무슨 소용".. 6인 식사허용 온도차

김유나 2021. 9. 6.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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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6인 식사허용' 첫날
식당선 "손님들 많이 찾길" 기대
시민들 "오랜만에 모임 약속" 설렘
일각선 "손님이 없는데 무슨 소용"
"오늘부터냐" 모르는 사람도 많아
6일 서울의 한 식당에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으로 6인까지 식사가 가능하다는 안내문구가 적혀 있다.
남정탁 기자
“언제 다 같이 밥을 먹을 수 있나 싶었는데… 이런 날도 오네요.” 서울의 한 경찰서에 근무하는 A씨는 6일 동료 4명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A씨 팀은 총 5명인데, 수도권 지역에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가 시행되면서 올해 한 번도 다 같이 밥을 먹지 못했다. 그러나 이날부터 백신 2차 접종 완료자에 대한 인센티브가 적용되면서 팀원들과 다 함께 식당에 갔다. 경찰은 백신 우선접종대상군이라 팀원 모두 일찌감치 2차 접종까지 완료한 덕이다. A씨는 “늘 2, 3명씩 나눠 먹었는데 테이블 두 개를 붙여 앉아 밥을 먹는 것 자체가 낯설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끝이 안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조금씩 끝이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에 대한 인센티브가 확대되면서 이날부터 수도권 지역 식당·카페에서 6인까지 모임이 가능해졌다. 지난해 12월23일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가 시행된 지 약 9개월 만이다. 올해 ‘첫’ 6인 식사를 한 이들은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며 모임 완화 조치를 반겼다. 식당·카페 업주들도 6인 이상 손님을 받을 준비에 바쁜 모습이었다. 그러나 젊은층의 접종 완료자가 많지 않아 모임 완화 조치를 크게 체감하지 못한다는 사람도 많았다.

◆시민·자영업자 “6명 모임 반가워”

“어쨌든 자영업자한테는 희소식이죠.”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식당을 하는 최모(53)씨는 이날 점심 전 부지런히 테이블을 정리했다. 오랜 시간 4인용 단위로 떨어져 있던 테이블 옆에는 2인용 테이블이 붙여졌다. 그는 “7월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뒤 매출이 반 토막 났는데 조금이나마 모임 제한 조치가 완화돼 다행”이라며 “근처에 경찰서가 있어 접종 완료자가 많다. 앞으로 5·6인 손님들이 많이 찾았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전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수도권 4단계, 비수도권 3단계) 4주 연장 첫날인 6일 점심시간 시민들이 서울 명동 음식점 밀집 골목을 지나고 있다. 이날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수도권 등 4단계 지역 식당 및 카페 매장 영업 시간은 오후 9시에서 10시까지 1시간 연장되며, 백신 접종 완료자에 대한 인센티브가 적용돼 모임인원 제한이 완화된다. 연합뉴스
실제 이날 서울 도심에서는 점심에 5·6인 모임을 갖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직장인 정모(35)씨는 마포구의 한 식당에서 동료 5명과 점심을 먹었다. 그는 “원래 4명이 약속을 잡았었는데 백신 인센티브를 누려야겠다는 생각에 얀센 백신을 맞은 남직원을 2명 추가했다”고 웃었다. 이어 “전보다 2명 더 늘어난 건데도 기분이 좋았다”며 “저녁 약속도 조금씩 잡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36)씨도 “약속을 잡으려고 주변에 백신 맞은 사람들을 수소문하고 있다”며 ”앞으로 백신 인센티브가 점점 더 확대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남구의 한 식당 직원은 “그동안 직장인들이 와서 술 한잔하는 모습을 보기 어려웠는데 이제 모임 제한이 좀 완화됐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백신 2차 맞은 사람 적어… “인센티브 못 느낀다” 반응도

이 같은 백신 인센티브 조치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젊은층은 이제 막 백신 1차 접종을 한 경우가 많아 백신 인센티브가 적용되는 사람(백신 2차 접종 후 2주 경과)이 적기 때문이다. 직장인 박모(32)씨는 “회사에 백신 접종을 완료한 직원이 별로 없다”며 “모임 완화 조치는 크게 상관없는 이야기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6일 서울시내 한 당구장에서 주인이 2인 입장 안내문을 수정하고 있다. 이날부터 식당·카페에는 백신 인센티브가 확대 적용되어 예방접종 완료자를 포함한 6인까지 모임이 가능하지만, 같은 다중이용시설 2그룹에 포함된 당구장을 비롯한 실내체육시설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뉴시스
실제 이날 낮 12시쯤 강남과 여의도 일대 식당에서는 대부분 2∼4명이 밥을 먹고 있었다. 여의도의 한 식당 사장 이모(41)씨는 “손님 자체가 없는데 거리두기 완화가 무슨 효과가 있겠냐”며 “5인 이상은커녕 온 사람 자체가 별로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식당 관계자는 “방역수칙이 하도 오락가락하니 뉴스에 나와도 잘 안 본다”며 “오늘부터 6인까지 되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 “거리두기 조치 더 완화해야”

방역당국은 9월 한 달 방역 대응을 잘 해 코로나19 4차 유행이 잡히면 다음달 단계적으로 일상 회복이 가능하다고 보나 자영업자들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호소한다. 전날 오후 11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모인 자영업자 10여명은 ‘장사하고 싶습니다. 이러다 다 죽는다. 더 이상은 못 참는다’는 문구가 쓰인 현수막을 들고 한 시간 동안 걷기 운동을 하기도 했다. 이들은 폐업한 가게를 지날 때마다 가게 앞에 국화꽃을 한 송이씩 내려놨다.

걷기 운동을 주도한 자영업자 B씨는 “정부는 기한도 없이 영업시간을 당연한 것처럼 제한하고 있다”며 “우리에게는 이번 한 달이 생존의 문제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성토했다.

장한서, 구현모 기자 jh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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